법원, 이르면 30일 인용 또는 기각 결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달린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심문에서 KCGI와 한진칼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25일 오후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진행했다.

양측 변호인들은 심문 1시간 전부터 재판장을 찾아 사전 분위기를 탐색하면서 자료를 검토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재판장은 양측 변호인들을 중심으로 20명 가량만 참석했다.

먼저 변론에 나선 KCGI 측은 상법 418조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주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KCGI 측은 "이 사건에서 두 항공사가 통합을 해야 하나 아니냐는 쟁점이 아니다"라면서 "신주발행이 적법하냐는 문제는 이 쟁점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주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가 이러한 중대한 결정을 주주를 완전히 배제하고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회사법 위반"이라며 "신주 발행이 아니더라도 현재 짜인 거래구조 아래서 얼마든지 생존과 통합을 도모할 수 있고 산은도 플랜B가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연합 측이 그동안 1조원을 투자해서 47%의 지분을 확보했는데 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40%로 내려가고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을 합친 지분은 48%에 가깝게 된다"며 "한진그룹이 산업은행의 요구를 다 받아주면서 이런 계약을 맺은 건 조원태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있는 회사가 운명을 좌우할 중대하고 심각한 결정을 하면서 주주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우리 상법이 이를 허용하는지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상법이 정한 대로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기회를 꼭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다른 KCGI 측 대리인은 "한진칼 측은 한진칼 정관 신주 발행 예외 조항인 긴급한 자금조달이나 자본 제휴 이유를 들고 있지만, 부실기업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등 타당하지 않다"면서 "이미 여러 판례에 따라 이는 위법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는 이전부터 오랫동안 증자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7천300억원 정도의 자금은 우리도 조달할 수가 있다"며 "한진칼은 사채발행, 비핵심자산 매각 등 얼마든지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무시했고 심지어 다른 대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진칼 측은 신주 발행이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항공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통합을 통한 항공업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내세웠다.

한진칼 측은 "이번 딜 구조는 우리의 제안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산은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회사 자체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경영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KCGI 측이 말하는 대안에는 과연 이 위기 속에서 회사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산은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회사가 어떻게 나아갈 것이고 수많은 임직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없다"면서 "산은은 경영진의 경영성과 약속 이행을 감시하는 감독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진칼 측은 신주 발행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KCGI 측 주장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은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하고 처분권을 위임했으며, 한진칼이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도 조 회장은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약속했다"면서 "공정한 경쟁과 정의로운 분배, 재벌개혁을 정책 기조로 삼는 정부가 현 경영진을 위해 이번 결정을 내린다는 건 저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정책은행의 도움 없이는 수개월 내 존망의 갈림길에 놓인 상황"이라며 "사기업이라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가 파산한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진칼을 컨트롤타워로 하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살리는 항공산업 재편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변론을 청취한 재판부는 한진칼 측에 "신주 발행 이외 또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물었고, 한진칼 측은 "없다"고 잘라 답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1조5천억원까지 인수대금을 낮추고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거부했는데, 한진그룹은 1조8천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산은이 조 회장에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지 등을 물었다.

재판부는 오는 27일까지 양측의 추가 주장과 쟁점을 서면으로 제출하라면서 이르면 오는 30일, 늦어도 내달 1일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항공사 빅딜은 무산되는 반면에 기각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은 순항하게 된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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