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일본 은행(BOJ)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주식 투자로 500억 달러 이상의 미실현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3월 BOJ는 ETF 매입 연간 한도액을 6조 엔에서 12조 엔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는 미화 1천150억 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후 시장은 안정을 찾아 반등하기 시작했고, 최근 닛케이225지수는 29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저점 대비 60%가량 상승한 상태다.

이날 BOJ가 발표한 반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BOJ가 보유한 주식 보유액은 4천억 달러에 맞먹는 규모로 미실현 이익은 560억 달러로 집계됐다.

6개월 전 BOJ의 미실현 이익은 거의 없었으며 지난 3월에는 대규모 손실이 난 바 있다.

BOJ의 ETF 매입은 매매 차익을 내기 위한 투자가 아니다. 주식 시장을 떠받쳐 경제와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BOJ의 이 같은 노력에도 여전히 제로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면서 주식 매입이 유효한 정책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BOJ가 도쿄 주식시장에서 전체 시총의 6% 이상을 보유하면서 시장에 미치는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NLI 연구소의 시고 이데 전략가는 BOJ는 기업 전략이나 경영진의 성과를 감시하는 등 다른 주주처럼 행동하지 못해 BOJ의 지분 확대는 기업의 거버넌스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증권의 나오미 무구루마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대규모의 미실현 이익은 BOJ의 보유액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BOJ가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구루마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지금처럼 이익을 내고 있을 때 그러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BOJ는 지난 3월 한 달간 150억 달러의 ETF를 매입했으며, 시장이 회복하면서 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왔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주 ETF에 서둘러 변화를 주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악화시키는 시장 불안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ETF 매입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야기된 불안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구로다 총재는 현재는 ETF 매입을 재검토하거나 보유액을 줄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BOJ 금융정책위원회 9명의 위원 중 한 명인 마사이 다카코 정책심의위원은 지난주 BOJ가 ETF 매입을 조정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며 현재 보유액이 불편할 정도로 큰 규모라고 지적했다.

마사이 위원은 "유연성 개선과 시장 육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본은행 이사로 재직한 구시다 시게키 일본증권금융 사장도 최근 한 칼럼에서 BOJ가 매입한 ETF를 공개시장에서 매각하기보다 개인에게 금융기관을 통해 직접 양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방법이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가계의 저축을 좀 더 위험한 자산으로 옮기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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