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삼성화재가 영국 캐노피우스에 이어 중국 텐센트까지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해외시장 확보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해외에 지점이나 법인을 설립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현지 파트너를 엄선해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점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전날 중국 텐센트 등의 투자자들과 지분 제휴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텐센트 등 중국 투자자들이 삼성화재 중국법인에 투자한 규모는 총 3천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삼성화재는 중국법인을 합작사로 전환해 파트너사의 플랫폼을 활용한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합작법인 전환 후 지분율은 삼성화재 37%, 텐센트 32%, 상해지아인 11.5%, 위싱과학기술회사 11.5%, 상해티엔천 4%, 보위펀드 4%로 구성된다.

삼성화재의 이번 결정은 외국계 보험사로서 단독으로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삼성화재는 중국시장의 성장성에 대비해 지난 1995년 베이징사무소 설립에 나선 이후 2001년 상해지점 설립, 2005년 상해지점 법인전환 등을 진행하며 사업 확대를 꾀했다.

다만, 현지 사업은 예상만큼 쉽지 않았다.

중국법인은 지점 수 확대와 더불어 성장을 지속했지만 2016~2019년 사이에는 매년 1천659억원 안팎의 수입보험료만을 내는 등 정체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를 사업 파트너로 낙점한 것은 결국 삼성화재가 보유한 역량을 발휘할 플랫폼을 빌리겠다는 의미"라며 "시너지 극대화를 우선순위로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화재는 국내 최대 플랫폼 사업자 중 하나인 카카오와도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자동차 보험 부문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딜이 무산되기도 했다.

텐센트는 중국 내 가장 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운영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9월 말 기준 '위챗'과 '웨이신'의 월 이용자는 12억 명에 달할 정도다.

이외에도 삼성화재는 하이테크와 콘텐츠, 컨설팅, 자산운용업체까지 주주로 참여시키며 향후 전방위적 사업 확대를 위한 토대를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그간에도 합작사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 경우는 있었다"면서도 "다만, 영국 캐노피우스 출자를 기점으로 해외시장을 위한 투자 규모가 확실히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해 5월 영국 로이즈 캐노피우스에 1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주주로 참여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억1천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며 영향력을 더욱 강화했다.

원화로 보면 두 차례에 걸쳐 3천억 원가량을 투자한 셈이다.

캐노피우스의 추가 출자에는 매출과 이익의 4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미국 내 사업 확대를 대비하려는 의도가 컸다.

아울러 자체적인 사업 전개 과정에서 원하는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인오가닉 전략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 점도 작용했다.

삼성화재는 최근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손해보험시장은 디지털 전환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회 요인을 보고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시너지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자 증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시장에서는 인오가닉 방식의 성장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점이 최초 출자 배경"이라며 "삼성화재가 원수 사업자 라이센스를 빌려주고 언더라이팅이나 핵심 역량은 캐노피우스가 제공하는 형태로 미국 사업을 준비 중이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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