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다시 연저점에 근접하면서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긴장감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환율이 다시 1,104원대까지 내린 가운데 이번에는 1,100원 '빅 피겨(큰 자릿수)'를 하향 돌파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서다.

27일 서울환시에 따르면 전일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4.30원 내린 1,104.60원에 마감했다.

이는 연저점이자 2년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8일의 장중 저가 1,103.80원 이후 최저로, 연저점에서 단 1원도 떨어지지 않은 수준이다.

환율이 1,100원 하향을 시도했던 지난주에는 외환 당국의 연이은 개입이 나오면서 빅피겨가 지켜졌지만, 당국 경계감이 환율의 하단을 다시 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시 외환 당국은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한 실개입, 공식적 구두 개입 외에도 고위 당국자들의 환율 경계 발언을 수 차례 내놓으며 환율의 하단을 막았다.

외환딜러들은 당국 경계감이 굉장히 강하다면서도 달러-원 환율을 둘러싼 재료는 환율 하락 우호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달러화가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위험 선호 심리가 강하게 관측되고 있어서다.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ICE 달러화 지수는 전일 91선으로 내렸다. 이 지수가 91선으로 내린 것은 지난 9월 1일 이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유로-달러 환율도 1.19달러대로 오르고,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 역시 6.5위안대에서 하락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통화시장은 달러-원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조건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수출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조선업체와 중공업체들의 수주 소식도 몰리면서 달러 매도 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다. 월말에 다가가는 만큼 네고 물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국 1,100원 빅피겨가 지켜지는지 여부는 당국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전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환율 급락에 대한 경계 발언을 내놨다.

이 총재는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급락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최근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원화 환율이 주요 통화 대비 빠른 속도로 하락한 점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일부 시장 심리의 쏠림 현상도 더해졌다고 판단한다"며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른 만큼 움직임을 더 주의 깊게 보고 있고 혹시 쏠림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당국 경계감도 매우 강한 수준이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이 계속 실개입과 구두 개입 메시지 등을 내는 상황이라 상당히 압박을 느끼는 시장 참가자들이 많다"며 전했다.

달러-원 환율이 1,100원 빅피겨 하향 돌파 여부는 위안화 환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의 외환딜러는 "다른 통화들보다는 위안화가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달러-위안 환율이 6.5위안 부근까지 근접하면 당국이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도 "달러-위안 환율이 6.5위안을 깨고 내려가기 전까지는 우리 당국도 최대한 1,100원을 막으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중기적인 리스크 온, 달러화 약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100원 빅피겨 방어는 오로지 당국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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