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DGB금융지주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태오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최종 후보군을 확정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김 회장이 포함된 후보군을 두고 '어회김(어차피 회장은 김태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김태오 회장과 임성훈 대구은행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사장을 선정했다.

최종 후보군이지만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김 회장을 넘어설 적수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임성훈 행장은 1963년생으로 대구 중앙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30년 넘게 대구은행에서 한 우물을 판 영업통으로 지난 10월 행장에 취임했다.

앞서 김 회장이 겸임해온 대구은행장 자리를 물려받은 임 행장에게는 행장으로서의 경영 성과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다. 임 행장에 대한 조직 내 선후배들의 신임이 두터운 것을 차지하고, 취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행장을 회장 후보군에 포함한 것은 그룹 내 2인자라는 지위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유구현 전 우리카드 사장은 후보군 내 유일한 외부 인사다.

그는 1957년생으로 대구고와 계명대를 졸업한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금융인이다. 우리은행 대구경북 영업본부장을 거쳐 마케팅 임원을 담당하며 우리카드 사장까지 지냈다. 우리은행 근무 시절부터 계열사 수장에 오르기까지 유 전 사장 역시 금융 전문가의 면모를 충분히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이 역시 출신과 학교 등을 고려 외부 출신 인사를 포함하기 위한 구색맞추기 색깔이 짙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1954년생인 김 회장은 대구 경북고와 연세대를 나와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디뎠다. 이후 보람은행 창립멤버로 건너가 지금의 하나은행에서 자리 잡았다.

김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김승유 사단'으로 손꼽힌다. 구자정 전 보람은행장의 비서실장이던 그를 김 전 회장이 직접 발탁해 하나은행 영업본부 임원을 시작으로 하나생명보험 사장까지 오를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DGB금융의 차기 회장을 두고 '어회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비단 최종 후보군이 형식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 회장은 채용 비리와 비자금 사태로 내홍을 겪으며 경영진이 대거 물러난 DGB금융의 인적 쇄신 차원에서 선임된 첫 외부 출신 회장이다. 조직 내 오래된 계파 갈등을 정리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9개월간 눈에 띄는 경영성과도 많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며 지방 금융지주 중 첫 종합금융 그룹으로 도약했고, 그룹 차원에서 캄보디아와 베트남, 미얀마 등 신남방 국가 진출을 가속하고자 과감히 인수합병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소형 증권사와 핀테크 업체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또 지역 연고를 벗어난 수도권 진출전략을 세워 영업망을 점차 확대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선보였다.

DGB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만 67세가 초과된 경우 회장 선임 또는 재선임이 불가능하다. 다만 재임 기간에 제한 연령에 도달하는 경우엔 예외로 임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내규상으로는 내년에 만 67세가 되는 김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채우는 데 무리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이 일찌감치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한 것 역시 김 회장 연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일 것"이라며 "올해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리스크 관리가 키워드가 된 금융권에서 인사 역시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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