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1일 법원이 기각하면서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이뤄진 3자 주주연합이 경영권 분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산업은행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게 되고, 자신들의 보유 지분율은 낮아지게 됨으로써 경영권 분쟁의 주도권을 잡으려던 3자 연합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KCGI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이후 본안 소송과 함께 이사회 무효 확인 소송 등을 통해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원이 국적 항공사 간 통합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역할에 사실상 손을 들어준 것이어서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 이끌어 나가기에는 명분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에 법원의 가처분 기각으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산은은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10.7%의 지분을 확보한다. 산은은 이와는 별도로 한진칼이 발행하는 교환사채 3천억원도 인수한다.

산은은 한진칼 주주로서 인수 후 통합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가 경영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통해 경영진 교체 등의 견제장치를 마련했고, 경영성과가 미흡할 때는 경영진 교체나 해임 등도 추진한다.

대한항공은 내년 3월 주주배정 후 2조5천억원 규모의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아시아나항공에 중도금 4천억원을 지급한 후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에서 조달한 8천억원을 신주로 상환한다.

내년 6월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천억원 유상증자 잔금을 납입하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의 반대 등이 장애물로 남아있지만,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기각으로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섰다.

3자 연합은 가처분 소송 패소로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확보 동력을 사실상 잃게 됐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산은의 한진칼 지분율이 10.7%, 조 회장 측 우호 지분과 3자 연합 지분이 각각 37%와 40.4%가 되기 때문에 산은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돼 3자 연합이 주도권을 쥐기 힘들어졌다.

가처분 소송은 본안 소송 전 긴급하게 법리적으로 다툴 사안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소송으로, KCGI는 가처분 소송이 기각됐지만 바로 본안 소송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본안 소송을 내고 최종 판결을 낼 때까지 길게는 몇 년이 걸리고,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향후 본안 소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이에 KCGI는 본안 소송과 동시에 이사회 무효 확인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통해 법적 대응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KCGI는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을 위한 한진칼 임시 주주총회를 지난달 소집했는데, 이때 3자 연합에 우호적인 이사를 배치해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칼 이사회가 청구를 받고도 바로 주총 소집 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총회를 소집할 수 있고, 이에 실제 임시 주총 소집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주총이 열리더라도 산은이 한진칼 주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3자 연합의 신규 이사 선임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진칼은 정관에서 이사선임을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결의하기 때문에, 산은의 동의가 있지 않은 이상 3자 연합이 원하는 이사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넣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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