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법원이 한진칼이 추진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 추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1일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KCGI 측은 산업은행이 5천억원 규모로 참여하는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진그룹은 산은이 투입하는 8천억원을 밑천삼아 한진칼이 이 자금과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합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계획이다.

KCGI 측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산은을 상대로 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한 특혜이며, 현재 구조에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이나 대출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진칼 측은 재벌 특혜가 아니라 항공산업 재편을 위한 작업으로, 신주발행 이외에는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또 통합 추진 및 경영성과 미흡시 계열주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기로 하는 등 이번 항공업 개편작업에서 책임 있는 역할 원칙이 지켜졌다고 반박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법원의 신주발행 금리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딜이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은 연내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열린 심문에서 양측 의견을 들었고, 지난 주말까지 상대방 주장에 관한 반박 서면을 제출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주말 동안 반박 서면 등의 양측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아시아나항공에 긴급 자금을 투입하려면 신주 발행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이외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번 신주 발행과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가 여건에 따라 필요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함으로써 경영효율성,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제3자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 신주발행이 단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곧바로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유일한 국적 항공사로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재정상 위기를 타개함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산은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한진칼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신주를 보유한 주주로서 한진칼 경영에 참여해 그간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온 항공사 간의 통합 과정을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발행 이외 KCGI 측이 제시한 방법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신주발행은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주발행 시 한진칼의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지만 결정적 변화를 주지는 못한다"면서 "산은을 한진칼 현 경영진의 우호 주주로 보더라도 현 경영진 측의 지분율이 과반수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에 미치는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산은은 다음날인 2일 예정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천억원을 한진칼에 납입한다.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받은 8천억원을 대한항공에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계약금 3천억원을 예치하고, 이달 말 3천억 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후 대한한공은 2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금을 마련한 뒤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및 영구채를 인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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