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와중에도 핫한 곳이 있다. 바로 주식시장이다. 메인스트리트는 차가운데 월스트리트만 뜨겁다는 우려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코로나 백신 소식도 들려오고 이 겨울만 잘 버텨내면 내년에는 메인스트리트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정확하게는 트럼프가 낙선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주식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리스크오프(risk-off)'가 아니라 '리스크온(risk-on)' 타임이다. 이는 달러 약세에서도 잘 드러난다.

성과 평가와 전망, 그리고 리밸런싱 시즌이 도래했다. 기관들은 올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며 전략적 자산배분을 하는 시기이다. 유동성 관리를 위해 필요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하고 해외주식, 해외채권, 국내주식, 국내채권, 대체자산 등에 자산을 배분한다. 대체자산의 꾸준한 확대 속에 아마도 해외주식과 국내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배분안이 선택될 것이다. 당분간 초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 그리고 추가 재정지출이 이어진다고 보면 국내외 모두 채권은 비중 축소가 예상된다.

거시경제부터 살펴보자. IMF의 10월 전망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올해 -4.4% 역성장하지만, 내년에는 5.2%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한국은행의 11월 전망에 따르면 국내경제도 올해 -1.1% 역성장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3.0%의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출 증가, 그리고 반도체를 포함한 IT 부문의 설비투자 증가가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 사태가 올겨울을 고비로 진정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기초하고 있다.

산업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업은 여전히 침체이지만 제조업은 4월 또는 5월을 저점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비대면이 대면을 대체하고 공유 공간에 비해 사유 공간이 확장되면서 무선통신기기, 가전, 자동차 등 관련 상품의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IT 및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거시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으로 확인될 수 있다.

EIU에 따르면, 대만(2.1%), 중국(1.8%), 등은 올해에도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1.2%), 미국(-3.8%) 등도 선방하고 있다. 독일(-5.8%)의 경우 세계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로지역만 놓고 보면 가장 양호한 편이다. 결국 일부 제조업과 일부 국가에서 보이는 회복세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기타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다른 국가들로 확산된다는 것이 내년 경제전망의 시나리오이다. 각국 정책도 우호적이고 우리나라는 중국 쌍순환 전략의 단기적 수혜도 예상된다.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여 미리 움직이고 있다.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경기 회복과 실적 개선 기대가 더해지며 사상 최고치 주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11월 25일 종가 기준 작년 말 대비 상승률은 미국 나스닥종합지수 34.8%, 중국 션전성분지수 30.8%, 한국 코스피지수 18.4% 등이고, 올해 3월 저점 대비 40~60%의 급등세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항상 주의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전개와 관련하여 시나리오별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재확산 정도와 각국의 대응, 그리고 제조업 공급망(supply chain)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 여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낙관적 시나리오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경제전망과 자산배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둘째,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 기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가계소비의 회복이 필요하다. 참고 미루었던 소비 수요, 이른바 억눌렸던 수요(pent-up demand)가 소비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높아진 가계저축률의 고착화, 즉 소비 부진의 장기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과 유로지역의 개인저축률은 각각 25.7%, 24.6%이고, 우리나라는 1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미국과 유로지역은 18%, 12% 포인트, 우리나라는 4% 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셋째,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이전 세상으로 돌아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현재 상황을 또 다른 뉴노멀(new normal)로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화의 쇠퇴와 일국중심 경제구조의 강화, 공공부문의 강화와 시장경제의 위축, 독점의 강화와 경쟁의 약화 등 경제구조의 질적 변화뿐만 아니라 경제규모 위축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완전한 복귀는 불가능하다. 취약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현금지원, 대출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등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아마도 패자가 더 많을 것이다. 시장에는 승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주식 투자자는 옥석구분의 혜안을 갖고 있는가.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칼라무스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라는 라틴어 문장에서 따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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