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격과 공적자금의 투자방식 등이 적절치 않다고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적했다. 관련 정보와 정책집행 과정의 투명성 제고가 과제로 지목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일 '대형항공사(FSC) M&A 관련 이슈와 쟁점-① 국가자금 투입과정 및 방식 검토-' 보고서를 통해 "국가기간산업을 정상화하고 관련 종사자의 고용안정을 보호한다는 정책목표는 타당하고 시의적절하나, 국가자금 지원 등 인수·통합추진방법, M&A 조력자로서 산업은행의 주주 지위 획득, 재벌기업의 경영권 공고화를 위한 편법적 지원 시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가격이 '공정한 가격'인지 불투명하다고 봤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의 감자, 추가 부실 실사 등을 거쳐 투자 구조를 확정하는 과정 이전에 매매가격이 정해지고 계약을 체결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자구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판단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부실기업의 회생은 해당 기업의 자구노력, 민간자본의 기업 인수·합병 등 시장주도 정상화를 우선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인수합병의 경우 최대 주주나 그룹 차원에서 충분한 자구노력 없이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적자급의 공급 주체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보통주를 취득하는 점은 재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공적자금의 회수 측면에서 자금의 대출, 상환우선주 취득, 의결권 있는 주식(보통주) 투자 순이 효율적으로 보이나,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회수에 용이한 상환우선주 투자에 앞서, 부실기업 인수합병으로 그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의결권 보통주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공적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참고사항으로 지난 2003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할 때 미국 정부가 의결권이 없는 주식(우선주) 투자 형태로 국고를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20여 건의 미국 항공사 인수합병에도 고용안정보조금과 항공기 리스를 지원했다고 예로 들었다.

입법조사처는 "산업은행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 배정을 통한 의결권 있는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한진칼의 어느 한쪽에 백기사로 참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신주 발행의 주된 목적을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투자약정의 내용도 일부만 공시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일반 주주와 중립적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부연했다.

이외 한진칼 지분을 약 11% 소유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하면서 한진칼 지분이 15% 있는 외국 법인 '델타(Delta)'의 지배력이 행사될 수 있는 점, 사실상 독점항공사 탄생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최종승인까지 투명성을 높이고 국회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 등 절차가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관계 기관 간 충분한 사전협의 및 준비가 요구되며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항공 주권 등 국익을 우선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주요 정보의 공개 등을 통해 정책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유관 부처와의 협의 및 대규모 기금지출에 대해 국회 차원의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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