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먼저 주가 차트를 보자. 오롯이 반도체업만 영위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간단위(주봉) 차트다. SK하이닉스는 전일 8% 이상 급등한 10만9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하기 전 지난 2월의 고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 기록이다.





지난 여름 반도체 경기 전망은 우울했다. 업황 악화를 반영해 SK하이닉스 주가도 지난 8월께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업황도 악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설상가상으로 D램 공급도 늘어날 조짐을 보였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다시 살아난 건 지난달부터다. 7만원 후반대에서 단기 저점을 찍더니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 역시 SK하이닉스와 발을 맞춰 랠리를 지속했다. 삼성전자의 상승률은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최고가 기록은 한발 먼저 갈아치웠다.

반도체 기업 주가의 반전은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 지난 여름의 암울했던 전망이 어느 순간 장밋빛 일색으로 바뀌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내년 반도체 경기가 '슈퍼 사이클'을 그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조사기관의 전망도 이런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약 479조3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6월 정기 보고서에서 제시한 전망치 3.3% 증가에서 상향된 수치다. 내년 반도체 매출 전망은 기존 6.2%에서 8.4% 성장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률이 특히 돋보일 것으로 WSTS는 예상했다.

반도체 업황의 예상 밖 호조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결을 같이 한다. 당초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 글로벌 경기가 오랜 기간 악화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각종 지표에선 기대 이상 선방의 흔적이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다. 대부분 국가의 PMI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1월 글로벌 제조업 PMI는 53.7을 보여, 201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제조업 PMI도 각각 7개월 연속으로 개선세를 이어갔다. 각국의 부양책 효과와 맞물려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온라인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강했던 덕분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점차 활력을 찾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대표적 근거로 수출 회복 가능성을 꼽았다. 수출 회복의 견인차는 반도체를 비롯한 IT 제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실제 11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6.3% 늘어났다. 반도체(16.4%↑)와 디스플레이(21.4%↑), 무선통신기기(20.2%↑) 등이 효자였다. 반도체는 석 달 연속으로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축이자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위기의 한국 경제가 코로나 충격을 딛고 다시 도약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아직 민간소비 등 내수시장은 위축기에 있으나 반도체의 경제 파급력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는 완만하나마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일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코스피,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원화 추이 등 금융시장의 최근 흐름도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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