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중국 당국이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돌연 판호(콘텐츠 유통 허가권)를 내주면서 국내 게임업계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현지에서 영향력이 큰 게임들의 중국 출시는 요원해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이번 판호 재개를 계기로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4일 게임업계는 앞서 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판호 발급을 받은 컴투스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 외에 다른 한국산 게임들도 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국내 대작들로는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과 펄어비스 '검은사막', 엔씨소프트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이 꼽힌다.

넷마블 '리니지2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2017년에 판호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대기 중이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 등의 판호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국내 배치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국 게임에 단 한 건의 외자판호 발급도 허용하지 않았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2016년 미리 판호를 받은 덕에 판호 문제에선 자유로웠지만, 올 8월 중국 출시 계획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연 연기돼 혼란을 가중했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현지의 많은 유저가 기다리고 있는 신작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반면, 서머너즈워는 게임이 판호 범주에 들어간 2016년 9월 이전부터 이미 상당수의 중국 유저들이 이용해왔다는 점을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서머너즈워는 2016년 말 중국에 판호를 신청하기 전인 2014년 글로벌 출시와 함께 중국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현지에 서비스됐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는 '바이두'와 '360' 등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도 서비스됐다.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유명한 '서머너즈 워 월드 챔피언십(SWC)'에서도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중국 유저가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서머너즈워는 현지 유저들 사이에서 이미 인지도 있는 게임으로 통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머너즈 워는 현지 신규 게임이 아니다"면서 "상대적으로 신작 효과가 떨어지는 게임의 판호를 발급해 중국 게임 시장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발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컴투스를 시작으로 한국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나갈 것으로 해석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2016년에 신청한 컴투스 서머너즈워의 외자판호를 허용해 한국 게임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세운 뒤, 국제정세와 대외역학적 요인을 고려해 다시 빗장을 걸어 잠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중국의 외자판호 총량은 2017년 467건에서 2019년 185건, 올 상반기에는 27건으로 줄었다.

특히 한국 게임에는 2017년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이후 단 한 건도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규 판호 발급이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부가 추가적인 판호 발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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