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00원 '빅 피겨(큰 자릿수)' 붕괴에 이어 급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외환시장의 관심이 외환 당국으로 쏠렸다.

환율이 1,090원선이 무너지고 장중 15원가량 급락하는 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외환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전해지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1차관, 이주열 한은 총재 등 고위급 당국자들이 연이어 환율 급락에 대한 경고 발언을 내놓고 외환 당국이 공식적인 구두 개입까지 내놓았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2시 55분 현재 전일대비 12.60원 급락한 1,084.40원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15원 급락하기도 했다.

전일 1,100원 빅 피겨를 하향 돌파한 환율이 이날도 급속한 하락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20원 이상 급락했다. 이날 일일 변동 폭도 11.50원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외환 당국은 잠잠한 상황이다.

외환 당국 관계자들은 우선 긴장하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구두 개입이나 경계 발언은 아직 아끼며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 조정) 징후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당국의 사뭇 달라진 스탠스는 당국이 달러-원 환율 하락의 요인을 무엇으로 특정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현재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글로벌 달러화 약세와 금융시장 전반적인 위험 선호 분위기에 기인했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나라 외환 당국 개입으로 글로벌 흐름을 거스르기가 어렵고 개입 효과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 전체적으로 포지션 편향이나 쏠림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한 당국의 판단도 중요하다.

지난달까지의 달러-원 환율 급락은 시장의 전방위적인 숏 심리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전일부터 관측된 환율 하락은 일부 외은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매도 영향이 크다.

시장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고 포지션 편향이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오히려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호가가 얕아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일부터 시장에서 거센 달러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고, 환율 하락세가 일중 두 자릿수를 넘어서며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만큼 당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폭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당국이 지난달과 같은 개입 강도로 환율의 하락 속도를 조절해주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지난달 당국이 구두 개입, 실개입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환율이 2주간 1,100원 부근에 머무르며 시장 심리가 안정된 바 있다"며 "달러화 약세 트렌드가 불가피한 가운데 당국이 속도를 조절해 준다면 달러-원 환율이 패닉성으로 급락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속도 조절하면서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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