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연내 배당 논의 마무리…불붙은 '관치' 논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 금융지주에 올해 결산배당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자 이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무조건 배당을 억제하는 기조에 대해 이른바 '동학개미'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100건의 사전 동의를 받은 해당 청원은 현재 관리자 검토 대상이 됐지만, 현재도 빠르게 동의 건수가 늘고 있다.

청원에는 정부가 사기업에 배당축소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자유경제시장 체제에 위배되며,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담겼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 금융지주와 올해 결산 배당 관련 협의에 착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늘어난데다 내년도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고자 배당 규모를 줄이라는 게 금감원의 논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금융지주는 사기업이지만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이 커 공공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배당을) 줄이더라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 내년 이후에 배당을 늘리면 된다. 배당 규모와 시기에 대한 미세 조정이 필요해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늦어도 이달 대략적인 은행 금융지주의 올해 결산 배당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이런 주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연초 이후 줄곧 금융권의 배당 자제를 권고했다. 지난 7월에는 하나금융지주가 금감원의 권고에도 중간배당을 예정대로 실시하자 윤 원장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조하며 은행권의 배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엔 기획재정부까지 나서 사실상 정부 차원의 배당자제 권고 뜻을 전달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선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기관 스스로가 손실 흡수여력을 보강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의 이 같은 주문을 두고 일부에서는 금융을 지나치게 사유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치 금융' 논란이 거세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포스트코로나 대응을 위한 한국판 뉴딜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금융지주를 통해 역대급 유동성을 투입했다. 취약한 가계와 기업에 저금리의 대출을 대규모로 공급했고, 변동성 커진 금융시장의 안전판이 돼 줄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할 때도 금융지주의 각출이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은행 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주가는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동일인 보유한도 10%라는 규제 탓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져야 주가가 오르지만, 이들이 꼽는 금융지주의 가장 큰 리스크는 언제나 정부다.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이익체력만 보면 국내 금융지주는 오랜 시간 우상향곡선을 그려온 대표적인 성장주였다"며 "올해 주가가 반 토막 난 것은 코로나19라는 배경도 있으나, 금융당국의 규제 등 외부변수 때문이다. 바스켓을 채워야 하는 투자자에게 정부가 손 벌리면 내줘야 하는 금융지주가 매력적일 리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지주도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호실적에 반비례하는 주가 탓에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의 배당조차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여서다.

통상 연말은 배당주로 손꼽히는 금융주에 매수세가 크게 유입되는 시기다.

개인투자자들도 지난달부터 배당과 실적에 대한 기대로 은행 금융지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배당 자제 주문에 정부를 향한 원성도 커졌다.

반면 유수 글로벌은행의 행보는 우리와 정반대다.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배당을 강행할 예정이다. 밝아진 경기전망과 실적 개선 덕분이다. JP모건도 올해 3분기부터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주들의 기대치를 올렸다.

한 온라인카페 투자자는 "글로벌 은행보다도 수익 높고 건전성 좋은 국내 은행이 배당성향은 그 절반"이라며 "필요할 때 은행 팔 비틀던 정부가 이제는 주주에게 줄 배당까지 줄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 주식시장 거품을 지적하고 싶다면 정치 테마주를 건드려야지, 왜 애꿎은 배당주를 잡느냐"고 꼬집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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