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파장은 세계 대전급이다. 투자의 귀재이면서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칭송을 받는 워런 버핏도 최근 코로나19가 경제 대전(大戰)이라고 진단했다. 그만큼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비상한 대책의 중심에는 중앙은행들이 버티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춰주고도 모자라 자산 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까지 도맡고 있다. 온 세상이 일시에 멈춰 섰지만 최악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최종 대부자인 중앙은행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관대한 덕분에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았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2만3천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4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전기차 3인방이 120년 된 미국의 제너럴모터(GM) 시가 총액을 웃돌았지만 목표가 상향 조정에 여념이 없다. 양산 체제를 갖추지도 못한 고체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은 미국 증시에서 2번째로 비싼 전기차 관련 기업이 됐다. 위험자산을 가진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시장은 아직도 목마르다는 식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몰아세우고 있다.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만기구조를 더 장기화하라는 게 시장의 요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번에는 기존 정책을 고수했지만 필요하다면 만기구조를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화답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0월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라는 신박한 통화정책까지 도입했다. 물가가 2%를 넘어도 2023년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평균물가목표제의 핵심이다. 유동성 파티는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증시는 글로블 금융위기 이후 이미 지난 10년간의 유동성 파티로 1990년대 대세 상승기와 닮은 꼴의 빅랠리를 펼쳐왔다. 미국 다우지수는 2009년 3월 6일 6,469.95를 저점으로 빅랠리를 펼쳐 지난 18일 30,343.59로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5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도 로빈후드라는 주식앱을 통해 대학생까지 주식 직접 투자에 나서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열기가 뜨겁다.

파티에서 펀치볼을 치우는 등 흥을 깨는 파티푸퍼(party-pooper) 역할을 해야 할 중앙은행은 아직은 시장의 응석을 받아줄 여력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조장한 시장 역기능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게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 과소평가가 될 수도 있다. '금융 불안정성 가설(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을 주장한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의 시나리오처럼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가 촉발될 수도 있을 정도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로 인한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의 부채상환능력 악화로 건전한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일컫는다.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과도한 유동성 파티로 경제주체들은 투자 리스크를 저평가해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실물경제와 괴리가 커져 투자 주체들이 기대했던 이익을 얻지 못하면 시장엔 불안 심리가 급속히 퍼지게 마련이다. 부채상환 우려가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이 긴축으로 돌아서면 금리 급등과 자산가격 급락이라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응석받이들은 작은 시련도 극복하기 힘들어한다.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유동성을 옥죄는 시늉만 해도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과도한 주흥은 언제나 숙취(hangover)를 남기기 마련이다.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무서울 정도다.(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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