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부양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기준금리 인하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했던 작년과는 다소 달라진 흐름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작년과는 결이 다소 달라진 언급을 연달아 내놨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발표한 범금융권 신년사에서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이라며 "특히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과 실물 간의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 신년사에서도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민간신용 증가 등 금융 불균형 누증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안정 상황에 한층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은 작년과 동일했지만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해야 한다며 방점을 찍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작년 10~11월까지는 이 총재가 물가 및 경기에 중점을 뒀는데, 11월 말~12월부터는 금융안정으로 포커스가 바뀌는 모습"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통화정책은 할 만큼 하기도 했고, 상황 악화시 조치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크게 방점을 두는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기는 하지만 백신 공급으로 올해 내에는 코로나19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한 해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에도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천682조1천억 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1.1%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명목 GDP를 웃돈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업대출은 GDP 대비 110.1%로,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민간 신용은 명목 GDP 대비 211.2%라는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시장 자금 쏠림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총재의 범금융권 신년사는 정부의 이자 상환 유예조치 등이 중단되면 드러나지 않았던 연체 등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우선 리스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올해 3월까지 연장한 바 있다.

한은의 변화는 대통령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안정 의지와도 보조가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투기수요 차단과 주택공급 확대, 임차인 보호 강화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대책 수립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5일 "위기대응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림,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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