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최진우 기자 = 실물경제와 괴리가 점점 더욱 커지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금이 일부 유망한 신산업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가운데 비생산적인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 쏠림'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자금의 상당 부분이 '빚'이라는 점에 정부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실물과 동떨어진 만큼 작은 충격에도 자산가치가 크게 변동할 수 있어서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지속해서 증시와 부동산, 가상화폐 관련 자산 시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증시와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은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지만, 정작 생산적인 곳에는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않아서다.

국내 증시는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개인이 최근 7영업일 동안 7조5천194억원의 주식을 매수했다.

이와 같은 개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지난 11일 한때 3,266.23까지 찍은 후 3,100 이상에서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전년보다 5.36% 상승했다.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1월 첫째 주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자산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에서 지난해 27일 3천만원이 넘었던 비트코인은 최근 4천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이더리움과 에이다 등 다른 가상화폐도 인기다.

정부가 고민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지 못하는 게 첫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등 일부 유망 산업군을 제외하고 자금이 몰리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 유발 계수가 높은 대면 서비스업에는 투자가 부진하다.

지난해 3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102.7로 전년 동기보다 0.3% 감소했다. 전분기 마이너스(-) 4.5%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2월 27일(52주차)까지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44%에 불과했다.

작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3분기에만 운수ㆍ창고(-16.1%), 숙박ㆍ음식점(-15.6%), 예술ㆍ스포츠ㆍ여가(-33.8%)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부진한데, 이처럼 산업에 자금이 돌지 않으면 결국 고용도 없어져 결국 소비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장 자체에 대한 걱정도 있다. 최근엔 증시가 호조를 보여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국내외 충격에 따라 희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최근 202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에서 "금융시장이 회복세이나 유출입 확대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달러 약세에 따른 미국과 여타 국가의 환율 갈등과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실물과 금융 간 괴리 및 자금 유출의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특히 실물과의 괴리가 꼽힌다.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11월 109.1로 같은 해 1월(110.9), 2월(107.0) 등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도를 100으로 봤을 때 올해 3.2% 성장해야만 101 수준으로 간신히 회복하게 된다. 그만큼 현재의 경제 상황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의 원동력이 '빚'이라는 점은 우려를 더한다.

증권사에서 빌린 돈인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1일 기준 20조5천11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에서 빌린 마이너스통장 등으로도 주식을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로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외부 충격으로 급격한 자산 가치 변동이 발생하게 된다면 예를 들어 증시에서는 반대매매가 나타날 수도 있고, 결국 금융이 실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실물과 금융의 동행성이 약화한 상태라면 부정적 충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중간부품을 수출하는 것 위주로 산업이 돌아간다"며 "국내보다 해외 쪽에 위험이 더 큰데, 글로벌 충격으로 국내 기업활동에 문제가 발생하면 현재의 실물과 금융의 괴리는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주식시장의 경우 민간에서 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데, 대출이 양호한 상황인지는 불명확하다"면서 "대출 관련 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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