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연초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 10년 지표물인 20-9호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發) 블루 웨이브에 중·장기 구간 약세 압력이 커진 데다 국채선물과 현물의 차익을 노린 거래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채권시장과 인포맥스 채권 대차거래 일별(화면번호:4561)에 따르면 국고 20-9호의 대차 잔량은 전일 1조590억 원을 나타냈다.

전체 발행액(4조6천460억 원)의 22.7% 수준이다. 지난해 말 10% 수준이던 대차 비율은 새해 들어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대차거래(貸借去來)는 시장 참가자 간 증권을 유상으로 빌리고,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통상 채권의 경우 채권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채권을 빌려서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20-9호 차입 수요가 급증한 것은 최근 시장 상황과 관련 깊다.

최근 글로벌 금리는 블루웨이브에 장기 중심으로 가파른 약세를 보였다. 경기부양책의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이 급증하고, 정책 영향에 경제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1.1342%로, 지난해 말(0.9190%)보다 20bp 넘게 치솟았다.

10년 국채선물의 상대적 가치 변화도 20-9호에 대한 수요를 더욱 촉발했다.

작년 말 6틱 수준 고평을 보이던 10년 국채선물은 연초 저평으로 돌아섰다. 전일에는 1틱 고평으로 마감했지만, 최근 현물 대비 약세 분위기가 짙었다.

국채선물 고평 국면에서 10년 바스켓 현물을 매수하고 10년 선물을 매도하는 차익거래를 해놨던 시장 참가자들은 선물이 저평으로 돌자 반대 매매로 선물을 사고, 바스켓 현물을 팔았다. 10년 국채선물 바스켓 종목인 20-9호의 차입 수요도 이 영향에 더욱 늘었다.

수급이 쏠리자 일부 시장참가자는 스퀴즈 베팅에 나서는 모양새다.

20-9호를 대차 매도한 시장 참가자가 향후 채권을 갚으려면 시장에서 20-9호를 구해야만 한다. 20-9호 수요가 향후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 미리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국채 10년물인 20-4호와 20-9호의 갭이 커졌다"며 "작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서 20-9호를 사들이는 스퀴즈 베팅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물 입찰이 예정된 오는 18일까지는 물량 부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입찰 후에는 20-9호의 상대적 약세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어제는 20-9호가 약했다"며 "수급 이슈가 조금 지나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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