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CMO "주가 5만원 시대 열어 자존심 회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10년 만에 부활한 신한금융지주의 경영관리 부문이 '숫자=인격'이라는 공격적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룹 자회사와 사업그룹을 총괄하는 경영관리의 이 같은 행보가 리딩금융에 걸맞은 품격을 만들어낼 지 조직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일 비대면으로 '일류 신한 데모데이'를 진행했다. 지난 3일 경영포럼을 연지 열흘 만의 디지털 워크숍이다.

워크숍에선 '숫자가 인격'이라는 허영택 경영관리부문장(CMO)의 일성이 그룹 전체에 회자했다.

이날 허 부문장은 최우선 과제로 주가 부양을 꼽았다. 그는 주가 5만원 시대를 열어 그룹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가가 3만4천200원(13일 종가 기준)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30% 넘는 부양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최고경영자(CEO)나 재무총괄(CFO) 임원이 아닌 경영진의 이러한 언급은 다소 이례적이다.

조용병 회장은 이런 CMO의 말에 힘을 실어주듯 이날 오후 약 5천만원(주당 취득단가 3만1천650원*1천580주)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조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2년 10개월 만의 일이다.

기업 가치는 당기순이익과 주가로 대변된다. 그런 의미에서 숫자는 CEO 경영 성과의 방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리딩금융 지위를 수성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경영 성과를 내진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라임 등 각종 사모펀드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으며 당초 목표한 손익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주가도 참담했다. 지난 일 년 새 주가는 18% 정도 내렸다. 역대 최고가(6만7천500원·2007년 7월 24일)를 경신했던 금융위기 이전 주가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물론 신한금융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 대다수가 충당금과 사모펀드 이슈에 속앓이했고, 코로나19를 이유로 주가도 크게 빠졌다.

그룹 경영관리부문 신설은 지난해 연말 신한금융이 단행한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자회사 관리를 강화해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저평가국면에서 신속히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숫자를 인격에 비견하는 경영관리부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도 존재한다. 자회사 평가 권한을 쥔 만큼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01년 지주사 설립시에도 경영관리부서를 두고 자회사를 관리했다. 태생적으로 인사와 재무, 전략 등 조직 전반의 권한이 특정부서에 집중되면서 잡음이 나왔다. 그렇게 경영관리는 신한사태를 계기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한금융이 10년 만에 경영관리 전담 조직을 부활시킨 것은 그만큼 조직 내 위기의식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와의 리딩금융 경쟁이 치열한데다 빅테크의 공습마저 거센 시점에서 이전 방식만으로는 힘겹게 되찾은 1등 타이틀을 내줄 수밖에 없어서다. 무엇보다 지난해 라임과 독일 헤리티지 사태 등으로 자회사 관리의 허점을 드러났던 만큼, 경영관리 고삐를 죌 시기임엔 틀림없다.

앞으로 허 부문장이 이끌 경영관리는 자회사와 사업그룹의 전략수립을 지원하고 이들의 평가체계 전반을 관리한다. 원신한 관점의 공동사업도 추진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앞으로 경영관리부문이 어떤 숫자를 만들어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 CEO는 "전통적으로 은행산업에 치중했던 금융지주가 비은행 중심으로 경영의 축을 옮기면서 자회사 관리는 가장 큰 이슈가 됐다"며 "신한이 새로 강화한 경영관리방식의 결과가 금융산업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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