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공적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 자리를 놓고 대형 운용사 3곳이 쟁탈전에 들어갔다.

기존에 주간사를 맡고 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타이틀 방어를 노리는 가운데 또 다른 대형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재부는 연기금풀 주간사 선정 공고를 마감했다.

연기금풀 주간사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약 31조에 이르는 연기금풀 자금을 총괄하고 하위운용사에 위탁하는 한편 이들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역할이다.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한투운용이 주간사를 맡고 있었는데 올해 4월 29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차기 계약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공고에는 한투운용을 비롯해 미래에셋운용과 한화운용이 입찰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예전부터 연기금풀 주간사 자리를 줄곧 노려왔다. 연기금풀 주간사는 수수료 수익이 크지는 않지만, 대형 운용사로서 업계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한투운용이 기존 주간사 자리를 따냈을 당시에도 미래에셋운용은 경합했지만 아쉽게 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래에셋운용은 앞으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꾸준히 힘을 키워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케팅3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OCIO 사업을 담당하던 투자플랫폼기획본부를 편입했다. 본부 단위에서 펼치던 OCIO 사업을 부문 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작년 10월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주수용 OCIO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인력도 보강하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풀 주간사 경험은 향후 OCIO 시장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형사 간 자존심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운용도 OCIO 분야에서 후발주자이지만 먹거리를 찾기 위해 조직을 보강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강원랜드의 자금 1천500억원을 위탁운용하는 OCIO에 선정돼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한투와 삼성, 미래에셋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고 덩치도 작아 연기금풀 주간사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시장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간사 공고에 참여할 것이라 예상되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 다른 대형 운용사는 불참해 눈길을 끈다.

두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KB운용이 규모에 비해 연기금풀 주간사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신한운용은 한투와 미래에셋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KB운용과 신한운용이 주간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외"라며 "지난해 맡게 된 대형 OCIO 자금을 운용하는 데 집중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운용과 KB운용은 지난해 4월 건강보험공단의 대체투자 주간운용사에 선정돼 각각 7천억원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총 수탁고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31조3천376억원을 기록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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