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지난해 연기금투자풀의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운용사 중 주식 부문에서 최하위권은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가치투자형 운용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연기금투자풀의 지난해 11월 월간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개별운용사별 액티브주식형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KB운용 연초 이후 11월까지 수익률이 10.15%에 그쳐 전체 위탁운용사 중 82위를 기록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10.73%·80위)과 함께 역대급 강세장에서 10%대 수익률에 그친 몇 안 되는 운용사였다.

벤치마크 및 업계 수익률과 비교하면 KB운용의 부진은 더욱 부각된다. 작년 연초부터 11월까지 벤치마크 수익률은 17.91%, 업계 수익률은 15.22%였다. KB운용은 벤치마크와 비교하면 -7.77%, 업계와 비교하면 -5.08%로 가장 부진한 성과를 냈다.

반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23.32%의 고수익률을 달성하며 벤치마크(18.23%)와 업계 수익률(15.22%)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벤치마크는 펀드별 벤치마크를 금액 가중평균한 값이고 업계 수익률은 업계동일유형 수익률을 뜻한다.

각 유형별 운용사 수익률을 살펴봐도 KB운용은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연기금풀이 주식유형별 운용사 수익률 현황을 집계한 결과 순수주식형에서도 KB운용은 작년 연초 이후 수익률이 7.63%에 불과했다. 50여 곳의 위탁운용사 가운데 뒤에서 네 번째다. 순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형 운용사로 범위를 좁히면 KB운용(1조5천165억원)보다 수익률 순위가 밑에 있는 곳은 5.24%의 한국투자밸류자산(1조3천50억원) 하나뿐이다.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형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KB운용의 수익률은 연간 누적 15.34%로 인덱스형 26개 운용사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KB운용보다 수익률이 안 좋은 유진운용(11.81%)은 순자산 규모가 28억원으로 1조2천216억원의 KB운용과 비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KB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 트러스톤운용 등의 작년 수익률이 부진했던 것은 최근 증시에서 논란이 되는 '가치투자의 실패'가 드러난 예로 볼 수도 있다.

연기금풀은 운용사 투자 스타일을 가치와 혼합, 성장형으로 분류하는데 KB운용과 트러스톤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 등은 모두 가치투자형으로 분류된다. 이들 운용사는 전체 포트폴리오 중 가치주의 비중이 50%에 가깝다.

지난해 기술주와 바이오주 등 당장 실적은 좋지 않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성장주 위주로 증시가 급등하면서 가치투자 무용론은 줄곧 증시의 화두가 됐다. 지금은 성장주가 대세지만 결국 저평가 가치주가 빛을 볼 것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는데 현재로선 가치주 위주의 운용사들이 급등장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돼 가치투자 무용론은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잘 알려진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전 대표가 지난달 결국 사임한 것은 증권업계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진다.

한편 순수주식형 부문에서 순자산 1천억원 이상 중 지난해 연간 누적 수익률이 가장 높은 운용사는 머스트자산운용(1천470억원)으로 51.42%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HDC자산운용, 메리츠운용 등이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순자산 1조원 이상인 대형사 중에선 NH아문디자산운용이 24.83%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20.98%로 좋았다.

인덱스형 부문에선 대형사 중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모두 18%대 수익률이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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