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연초 지수에 부담을 준 요인은 안전자산인 미 국채 금리의 상승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연 1.10%을 넘어서면서 세계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 우려를 키웠고, 전세계 위험자산 시장을 떨게 했다. 하지만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언급한 대로 관건은 시장의 조달 금리다. 클라리다는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 주가 급등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는다며 실질 조달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는 채권의 명목금리가 올라도 한동안 금융 여건이 계속 우호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또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채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할 지점이다. 전세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오랜 기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관망만 하던 투자자들의 포모 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 FOMO) 앓이를 연장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안정책의 약효가 발휘되려면 현 전세 계약의 일정 부분 이상이 갱신돼야 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이는 새해 국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일컬어지던 부동산 자금의 증시 유입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클라리다 부의장의 말대로 코로나19 국면과 실물경기 상황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쉽게 흡수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어려운 환경이다.
다음은 시장과 무관하지만, 영향력은 큰 돌발 위험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외교협의회(CFR)에 따르면 미 외교전문가 550명은 설문에서 올해 최대 돌발사태 후보로 북한 핵개발을 꼽았다. 또 새롭게 출범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수위원회가 아직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점도 불확실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예상치 못한 도발 가능성과 이에 대한 미 행정부의 대응 방향이 모두 불투명한 셈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또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의 정치 불안, 대만과 중국의 갈등, 이란과 미국의 무력 대치, 미 주요 기관에 대한 사이버공격 등도 주목했다.
96층에 서 있는 주린이는 외롭고, 신경이 곤두서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를 우려하는 보도가 등장하고, 재개 시점이 3월 중순인 공매도의 현실화도 두렵다. 실제 지난해 4월 이후 전체 거래 중 5% 정도가 코스피 3,000선 이상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이는 과거 매수 물량이 미래의 대기 매물이 되면서 현 지점에 두터운 저항대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고지는 평지와 비교해 보급이 끊기는 순간 사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긴 호흡에서 매수 실탄 공급이 계속 원활할지 살펴보는 침착한 대응이 요구된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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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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