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채권 ESG 평가체계 구축 마무리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주식 및 채권에 적용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며 책임투자에 박차를 가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주식 ESG 평가체계 개선 및 국내채권 ESG 평가체계 구축' 외부 연구용역을 보고 받고 이를 향후 투자에 참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국내주식에 적용하던 ESG 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국내채권에도 ESG 평가 체계를 신설하고자 연구 용역을 발주했는데 이를 최근 마무리한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운용의 전략 중 하나인 '책임투자형' 펀드에 적용할 벤치마크를 도입할 예정인데 이번 연구는 국내 주식 직접운용과 위탁운용, 국내 채권의 직접·위탁운용에서도 ESG 평가를 어떻게 확대할지 파악하는 작업이었다.

다만 국민연금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금운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외공개 시 시장에 불필요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비공개 후 내부 참고용으로만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국내 자산시장의 최대 큰손인 만큼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 ESG 평가 기준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개별 자산 가격이 출렁거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과 더불어 채권까지 ESG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2019년 11월 마련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민연금은 그간 국내 주식에 대해 책임투자를 강조하며 ESG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투자배제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국내 채권에 대해선 ESG 요소를 평가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 용역으로 전통적인 국내 투자자산은 모두 ESG 평가 대상이 됐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자산은 총 772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내주식은 139조2천40억원, 국내채권은 325조7천490억원이다. 두 자산군만 합쳐 464조9천53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국민연금은 이 자산들에 대해 앞으로 ESG 기준을 더 강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기업과 기관들도 관련 요소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박, 주류, 담배, 군사무기 등을 생산해 이른바 '죄악주'로 분류되는 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떻게 나올지 시장은 관심을 보인다.

국민연금은 표면적으로 ESG 기준만 강화할 뿐 정작 죄악주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는 않고 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국민연금은 KT&G의 지분을 11.52% 가진 최대 주주며 제주도에 카지노를 개발 중인 롯데관광개발의 지분율도 지난해 10% 이상으로 늘렸다.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지분율도 6.5% 수준이다.

해외주식 부문에서도 죄악주에 대한 투자는 줄이지 않는 추세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3분기 '13F'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당기에 매치그룹(MTCH)과 인터랙티브코프(IAC)의 주식을 신규 편입했다. 이 가운데 인터랙티브코프는 카지노기업 MGM 리조트를 보유한 사업체로 죄악주에 분류된다. 해당 분기에 국민연금은 미국 주식을 전혀 매매하지 않았지만, 신규 편입한 단 두 종목 중 하나가 카지노 기업이었던 셈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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