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전자가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 온 스마트폰 사업본부의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축소해 연구·개발(R&D) 기능만 남기거나, 전체 사업본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20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축소와 매각, 유지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를 겪으며 삼성전자 등이 반사 이익을 보는 와중에서도 약 8천억원의 연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새 폼팩터인 'LG 윙' 등을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10만대 정도가 출하되면서 절대적인 판매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근 LG전자는 MC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 사업부로의 보직 변경에 대한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R&D 기능만 남기고 대폭 축소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LG전자의 핵심인 생활가전에 사물인터넷(IoT)이 중요한만큼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IoT를 중심으로 한 R&D 기능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은 접고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진행해 사업을 소규모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미 2019년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ODM 생산 비율을 지속해서 높이고 MC사업본부 인력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해 몸집을 줄여왔다.

지난해 MC 사업본부에 ODM 사업 담당 부서를 신설했으며, 올해 ODM 비율은 2019년 30%에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권 사장이 "사업 운영의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은 유지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MC 사업본부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과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누적 적자 규모가 큰 LG전자 MC 사업부를 인수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LG전자의 향후 결정에 따라 이달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공개한 롤러블폰 출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권 사장은 CES 2021에서 "롤러블폰을 올해 상반기 출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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