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기업은행장에 '문책 경고'…"제재속도" 주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석헌 금감원장이 사모펀드 판매 은행장에게 또다시 중징계를 예고했다. 라임사태 등에 대한 속도감 있는 제재도 당부했다.

예고된 제재의 논조는 일관됐다.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있는 곳엔 반드시 경영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하며 재발하지 않도록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윤 원장의 방침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석 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조직 안팎의 피로감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초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에 제재 요건과 근거를 담아 통지서를 보냈다. 통지서에는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에 대한 '문책 경고'를 적시했다.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현직에 한해서만 남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향후 3~5년간 취업이 금지되는 중징계다.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한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는 어느 정도 예고됐다.

윤석헌 원장은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에게도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라임사태에 연루된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 문책 경고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당시 대신증권 사장)에게 직무 정지를 부여한 바 있다.

그간 기업은행은 금감원이 사모펀드와 관련해 진행하는 은행권 첫 제재 대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윤 원장이 예외 없이 CEO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자 향후 커질 수 있는 파장을 두고 업계의 우려도 나온다.

특히 윤 원장은 지난주 임원회의에서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 관련 제재에 속도 내 줄 것을 당부했다. 윤 원장은 오는 5월 초 임기가 만료된다. 남은 임기까지 최대한 관련 제재를 마무리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지난해 말까지 검사가 완료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금융회사에 대해 1분기까지 제재심 부의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주 단행한 금감원 정기인사에서 제재심의국장과 은행감독국장, 일반은행검사국장, 자본시장감독국장 등 라임 펀드 제재 관련 업무와 연관된 국장을 모두 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원장보 인사도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윤 원장의 이런 행보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보호를 향한 철학은 관철하겠지만, 조직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는 점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속도감 있게 제재를 밀어붙여 불확실성을 없애자는 취지로 읽힌다"며 "다만 현재까지 검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판매사도 있고 통지서 송달, 소명 절차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제재심 일정을 당초 목표대로 추진하기가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선 CEO 중징계 후폭풍에 대한 피로감도 존재한다.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CEO들이 금감원의 무리한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금감원의 시그널에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연임'이 결정되며 이사회로부터 지지를 받는 CEO에 대해 이번에도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행정소송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윤 원장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겠지만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실리 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포커스가 소비자 보호라면 배상에 초점을 둬야 하는데 CEO에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어떻게든 중징계를 결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사모펀드는 물론 키코까지 눈치 보느라 금융권이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CEO를 향한 제재만큼은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러설 수 없는 CEO들 입장에서도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 28일 기업은행에 대한 첫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연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3천612억원)와 디스커버리 US 부동산 선순위채권 펀드(3천180억 원)를 팔았다. 또 라임 펀드도 294억 원가량 함께 판매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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