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독점과 안보에 대한 우려로 주요국 규제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작년 9월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 금액이 최대 400억달러(약 44조2천억원)에 달해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인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점금지법(경쟁법)과 국가안보에 관한 외자 규제라는 두가지 요소를 통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당시 영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거래 완료까지 약 18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심사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라 일반적인 M&A보다 긴 기간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RM이 2016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을 때는 두 회사가 경쟁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았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ARM의 고객인 미국 퀄컴, 인텔 등 각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관계다. 한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EU에서도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은 난이도가 높은 이슈"라고 분석했다.

인텔과 퀄컴 등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당국에 인수 반대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에 조사의 기초가 되는 상세한 자료를 요구하는 '제2차 청구(세컨드 리퀘스트)'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RM은 중국 정부계열 펀드와 세운 합작사인 ARM차이나가 있어 시장감독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에 기업결합을 신고할 필요가 있다.

한 변호사는 "바이든 정권 출범과 (이에 따른) 대중국 정책 전환을 노려 SAMR의 심사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지난 6일 이번 거래를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반도체 기술은 국방의 관점에서도 중요해 영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외자 규제가 강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영국 정부는 작년 11월 11일에 외자 규제를 강화하는 '국가안전보장·투자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성립되면 영국 정부가 해외 투자자에 의한 영국 기업 인수과 관련해 국방·국익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거래라고 조건을 붙이거나 저지할 수 있게 된다.

앞선 변호사는 아직 법안이 성립되지 않았지만 "일부 경우에는 소급해 심사 대상을 삼을 수 있어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문은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준 이번 거래가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국가기관과 기업 고객을 납득시킬만한 설명을 할 수 있을지가 초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jhm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1시 1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