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소상공인 보상제 논의가 정치권에서 속도를 내면서 한국은행의 국채매입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 한은이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경험에 비춰보면 국회에서 적자국채 추가 발행 규모 등이 확정된 이후 이 중 한은이 대략 절반 정도를 유통시장에서 매입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소상공인 피해 보상 법제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재정 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한은에 쏠리는 분위기다.

한은의 매입을 명시한 발의안이 여당에서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보상금 재원 충당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한은이 이를 매입하는 방안으로, 직접 인수를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직접 인수한다 해도 채권시장의 부담을 피할 수 없어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작년 12월 공개한 보고서 '코로나19 대응으로 본 부채의 화페화 실제 작용 사례'(How Monetization really works-examples from nation's policy responses to COVID-19)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호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을 통해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9월 발행시장에서 중앙은행의 직접 인수를 허용하게끔 중앙은행법을 개정해 금융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향후 거시경제 여건 악화 시 자국 화폐가치 급락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 등이 쏟아졌다.

이러한 사례 등을 통해 볼 때 한은은 현재 시스템을 흔들지 않으면서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으로 국채매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직접 인수 추진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 추정이다.

작년 같은 경우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9월 초 발표되고선, 한은은 연말까지 5조 원 내외의 국채매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초의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 형식이었다.

매입 규모는 4차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분(7조5천억 원)의 67% 수준이었다.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 다소 많지만, 앞서 편성된 추경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는 한은이 이미 통화신용정책 운영계획에서 필요시 국채매입의 규모와 일정을 사전에 알리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적자국채 추가 발행 규모가 확정되면 한은이 일련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작년 사례를 비춰보면 대략 추가 적자국채 발행분의 40~70% 정도를 한은이 매입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다만 한은이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등 어느 경로를 통해 매입에 나서든, 시장에 부담은 불가피하다.

한은이 현재 0%가 아닌 기준금리(0.5%) 수준을 맞추려면 국채를 매입해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만큼 통안채(통화안정증권) 또는 통안 계정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ADB는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대부분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부채의 화폐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며 직접 돈을 프린트해서 부채를 충당하는 방식은 기준금리 목표제에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국채 발행 시 한은이 매입하면 단기적으로 금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엔 풀린 유동성을 기준금리에 맞춰 흡수해야 한다"며 "통안채 또는 통안 계정 발행이 늘면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방식, 출처: ADB 보고서]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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