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윤시윤 기자 =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외환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이른바 서학 개미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예탁결제 현황도 덩달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외화증권예탁결제 현황에서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37억1천500만 달러에 달했다.

그중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약 32억6천700만 달러로, 이는 지난 2019년 1월 3억2천만 달러 순매수보다 약 10배, 지난해 1월 4억7천만 달러 순매수보다 약 7배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서학 개미들의 환시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천542억2천만 원을 순매도했다.

달러로 환산한 금액은 1억4천만 달러 수준으로 절댓값으로 봐도 규모가 서학개미에 크게 못 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패닉 장세에서 서학 개미들은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학 개미들의 해외투자 수요가 증가할수록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환전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은 명실상부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로 떠올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증시뿐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개인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모습"이라며 "작년 개인들의 해외주식 순매수가 192억 달러로 급증했는데 이는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억6천만 달러보다 큰 폭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의 금융투자 및 해외 자산에 대한 관심 증가는 외환시장에서 개인들의 영향력을 키울 듯하다"고 덧붙였다.

서학 개미들의 하루평균 해외주식 거래량은 이달 들어 5억~6억 달러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투자 열정은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약정 금액 기준으로 살펴봐도 확인해볼 수 있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등 주요 4개 증권사의 해외주식 약정 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15조7천억 원 순매수에서 2분기에는 27조9천억 원, 3분기 37조7천억 원, 4분기 41조5천억 원으로 뚜렷한 확대 기조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일평균 순매수 규모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자료를 제공한 증권사들에 한해 서학 개미들의 일평균 거래금액을 추정한 결과 22일 기준 6천억 원 이상으로 달러로 환산했을 때 일평균 5억~6억 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약정금액은 고객들이 해외투자를 위해 거래한 금액으로 신규 환전 수요를 따로 확인할 수 없어 개인들의 해외투자 증가 추세를 확인하는 보조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올해 1월이 지나기도 전에 개인들이 주식을 30억 달러 넘게 사들였다"며 "미국 나스닥 지수가 다시 오르면서 많이 사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학 개미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라며 "다만, 신규환전 수요를 따로 확인할 수 없어 환시 영향력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sskang@yna.co.kr

sy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2시 5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