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7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큰 폭 하락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일부 헤지펀드의공매도 손실에 따른 강제 주식 매각 가능성 등이 투자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 가격은 비둘기를 재확인한 FOMC와 증시 급락에 영향 받아 상승했고, 달러화 가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동결에도 위험선호 약화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

뉴욕 유가는 미국 원유재고가 큰 폭 줄어든 점 등에 힘입어 상승했다.

연준은 기존의 완화적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어떤 물가 상승도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연준은 인내하고 반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자산 매입 테이퍼링이 빨라질 수 있다는 일부 추측에 대해 파월 의장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재차 나타냈다.

파월 의장이 조기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를 줄였지만, 시장은 추가적인 완화 가능성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연준은 최근 경제 회복세가 둔화했다고 평가했지만, 중기적인 경제 전망은 다소 개선됐다는 견해를 표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부진했다.

미 상무부는 12월 내구재수주 실적이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의 1.2% 증가와 비교해 증가 폭이 대폭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 0.8% 증가에도 못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대중국 정책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에 대한 강력하고 분명한 조사를 원하며, 화웨이 등 중국기업 제품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점도 투자 심리를 저해한 요인으로 꼽힌다.



◇주식시장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33.87포인트(2.05%) 급락한 30,303.1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8.85포인트(2.57%) 떨어진 3,750.7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5.47포인트(2.61%) 추락한 13,270.60에 장을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FOMC 결과와 애플 등 주요 기업의 실적, 게임스탑 등 일부 종목 가격의 급격한 변동 여파 등을 주시했다.

주요 지수는 장 초반부터 불안정했다. 애플과 테슬라, 페이스북 등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이미 상당폭 오른 데 따른 레벨 부담이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 게임 관련 유통업체 게임스탑과 영화관 체인 AMC의 주가 급변동도 시장 전반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탑과 AMC 등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매수세를 보여주면서 이들 기업 주가가 폭등세다. 해당 기업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멜빈캐피탈 등 일부 헤지펀드가 개인의 매수세를 이기지 못하고 매도 포지션을 철회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게입스탑 주가는 이날도 134%가량 폭등했다. AMC 주가는 약 300% 치솟았다.

문제는 공매도 포지션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유한 다른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시장에서는 공매도 손실에 따른 헤지펀드의 강제 주식 매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시장 불안을 달래지 못했다.

연준은 이날 FOMC에서 예상대로 금리나 자산 매입 등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해당 정책에 대한 가이던스에도 변화가 없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을 논의하기는 이른 시점이며, 테이퍼링 전에 시장에 충분히 알리고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주요 지수는 FOMC 결과 및 파월 의장 기자회견 이후 낙폭을 더 확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에 예정보다 적은 물량을 공급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등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취임 초기 중국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으면서 양국 관계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자극하는 중이다.

한편 이날 보잉 주가가 4%가량 하락했다. 4분기 손실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큰 등 실적이 부진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전 업종이 내렸다. 커뮤니케이션이 3.82% 떨어졌고, 산업주도 2%가량 하락했다.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백신 공급의 지연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드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백신 공급의 지연과 봉쇄 조치의 지속은 투자자들에게 이중 펀치"라면서 "내 생각에 시장은 지금쯤 봉쇄의 강화가 아니라 완화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61.64% 폭등한 37.21을 기록했다.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2.5bp 하락한 1.014%를 기록했다. 장중 주요 레벨인 1%를 터치하기도 했다. 최근 3주 동안 가장 낮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0.4bp 내린 0.119%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2.1bp 떨어진 1.780%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91.6bp에서 89.5bp로 축소됐다. 수익률 곡선은 최근 3주 동안 가장 평탄해졌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아시아, 유럽증시에 이어 뉴욕증시도 급락세를 보여 미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 선호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연준은 경기 회복세 둔화를 인정하며 기준금리와 자산매입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이어가는 등 매파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잠시 낙폭을 축소했던 국채수익률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투자자들은 게임스탑과 같은 일부 마니아주가 연일 급등하는 배경에 숏스퀴즈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주식시장의 거품 조짐이 주가 조정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백신 배포 속도가 더뎌 위험자산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S&P 500 등 주요 3대 지수는 2%대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은 미 국채 값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단기 경제를 이전보다 다소 우울하게 봤으며 정책에 변화를 두지 않았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비둘기파적으로 읽히며 미 국채시장의 상승 흐름을 뒷받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클라스 크노트 위원은 "유로 강세를 상쇄할 필요가 있다면 ECB는 여전히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CB의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10년 독일 국채수익률은 1.5bp 내린 -0.577%를 기록했다.

누빈의 토니 로드리게스 채권 공동 대표는 "국채 랠리에는 정상적인 변동성이 일부 작용했고, 재정 부양 기대 측면에서 약간의 변화도 기여했다"며 "특히 바이러스와 관련해 생각해보면 유럽과 캘리포니아에서 많은 제약이 가해지고 극히 일부 제약만 제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TD 증권의 제니디 골드버그 선임 금리 전략가는 "연준은 약간 더 침울하고, 약간 더 회복 속도와 백신 배포 진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며 "이는 성명서에도 처음으로 포함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회복에 계속해서 부담이 있다고 연준은 말하고 있다"며 "여전히 꽤 약하고, 회복이 실제 이륙하기 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내년 초까지 자산매입 테이퍼링을 시작하지 않고, 첫 금리 인상은 2024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성장 둔화를 보고 있지만, 조치를 글어낼 만큼 충분한 둔화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준다"고 분석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엘리스 파이퍼 시장 전략가는 "사람들은 국채를 안전피난처로 보고 있다"며 "사람들은 모두 공매도세장과 숏커버링 랠리를 상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04.81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3.590엔보다 0.590엔(0.57%)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21048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1660달러보다 0.00612달러(0.50%)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26.08엔을 기록, 전장 126.05엔보다 0.03엔(0.02%)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56% 상승한 90.638을 기록했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00~0.25%로 동결하는 등 통화정책 방향을 고수하고 제롬 파월 의장이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를 재확인한 데 안도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가팔라진 인플레이션 기대치 등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파월 의장은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고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완만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인내하면서 반응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시장이 우려했던 양적완화(QE)의 테이퍼링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채권 테이퍼링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연준이 해당 조치를 발표할 때면 누구도 놀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을 고수한 이날 연준의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5.5%로 잡았다. 작년 10월 전망치(5.2%)보다 0.3%포인트 상향조정됐다. IMF는 백신이 팬데믹 종료의 희망을 키웠다며, 추가적인 정책 지원도 상향 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달러화 강세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던 미 국채 수익률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미 증시가 조정의 조짐을 보이는 등 위험선호 심리가 퇴조하면서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억 명을 넘어서는 등 팬데믹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세계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억25만9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사망자는 214만8천여 명이다.

투자자들은 백신 보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변종에다 누적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경계 모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전날도 최근 유로화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구두 개입을 강화했다.

분석가들은 ECB가 금융 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의 일부분으로 연준과의 정책과의 차이가 유로화를 절상시키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식은 유로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웨스턴 유니온 비즈니스 솔루션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조 마님보는 "달러가 연준의 더욱 신중한 메시지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기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단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데 연준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은행 선임 외환 트레이더인 민트 랑은 "미국에서 백신 보급의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이 역사적인 수준까지 높아진 데 대해서도 지적했다. 달러화가 최근 몇 년간의 최저치에서 회복했지만, 순매도 포지션이 10년 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든지 그런 종류의 축적과 되돌림이 일어나면 상당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유시장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24달러(0.5%) 상승한 52.8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들은 미국 재고 지표와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주시했다.

유가는 장 초반에는 증시 주요 지수의 큰 폭 하락 등 전반적인 위험자산 투자 심리의 위축으로 하락했다.

주식과 원유 등 각종 위험자산의 가격이 최근 큰 폭 뛰어오른 데 따른 레벨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큰 폭 줄어들면서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약 99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원유재고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0만 배럴 증가와 달리 큰 폭 감소했다.

미국석유협회(API)가 발표한 지난주 원유재고도 530만 배럴 줄었다.

미국 멕시코만 지역의 짙은 안개로 인한 원유 수입 차질 등이 재고 감소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유가를 지지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 집계에 따르면 전일 기준 중국의 하루 확진자는 75명으로 지난 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CNBC는 전했다.

코로나19가 지속 확산하면 중국이 강력한 봉쇄에 나설 경우 원유 수요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탓이다.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공급 지연 우려가 커지는 등 전반적인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주시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G의 웨렌 페터슨 원자재 전략가는 "시장 참가자들은 봉쇄 조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와 백신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배포될 것인지를 지켜보는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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