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경영권 싸움을 벌여온 사모펀드 KCGI를 비롯한 3자 주주연합이 올해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실상 표대결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해 10.66%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주요 주주로 올라서 표대결의 실익이 없는 데다, 산은이 한진칼에 대한 경영 감시를 명확히 약속한 만큼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3자 연합은 내달 26일께로 예상되는 한진칼 주총 안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이르면 다음 주 초 한진칼에 발송할 예정이다.

주주제안서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정관 일부를 변경해 달라는 정도로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합은 지난해 주총에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한진칼 이사회의 이사진을 8명으로 확대하고, 전자투표제 도입과 이사 선임 시 개별투표 방식 채택 등을 요구하면서 조원태 회장 측과 전면적으로 대립한 바 있다.

산은의 한진칼 경영 참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선언했던 3자 연합이 이같이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의외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연합인포맥스와 전화 통화에서 "산은도 한진칼의 주요 주주가 됐는데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서 "산은에 협조할 수 있고, 주주제안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산은이 (조원태 회장 등 한진칼 경영진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견제장치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산은이 이사회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3자 연합이 주총서 표대결을 벌이지 않더라도 조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명분으로 한진칼에 8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재벌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판세를 뒤집기 힘든 상황에서 타협에 나서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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