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28개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가받았다. 3월에는 2차 허가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작년 5월 말 수요조사에서 신청 의사를 밝혔던 기업이 119개였으므로 적어도 90여개가 참여할 전망이다. 바야흐로 개인신용정보의 마이데이터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렇다면 마이데이터 이전과 이후의 금융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빅테크, 금융회사, 핀테크 등으로 대별되는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금융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먼저 변하지 않는 것부터 살펴보자. 금융상품은 제조, 판매, 인수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제조와 인수는 달라지지 않는다. 라이센스를 보유한 은행, 증권사, 보험사, 운용사, 카드사 등이 예금, 대출, 주식, 채권, 보험, 신탁, 펀드, 카드 등을 제조하고 자금력을 보유한 이들 기관이 상당 부분을 고유 또는 관리자산에 편입한다. 변하는 것은 개인 대상의 금융상품 판매이다. 대부분 제조사 자체 채널을 통해 금융상품이 판매되었다면 이제는 온라인 제3자 채널이 본격적으로 부상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9월 말 기준 개인 금융자산은 4천325조원에 달한다. 현·예금 1천932조원, 보험·연금 1천352조원, 주식·펀드 853조원, 기타 215조원 등으로 구성된다. 대출금은 1천878조원이다. 따라서 6천203조원에 달하는 개인 금융자산과 대출이 제3자의 자문, 중개·주선, 광고 등을 거쳐 판매되는 일대 혁신이 일어난다. 마이데이터사업자는 겸영과 부수업무로 이를 수행하는데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에 분산된 신용정보의 통합으로 개인 맞춤형 제안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가속화될 것이다. 금융회사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품간 비교와 경쟁으로 인해 제조마진이 줄어들 것이고, 판매과정의 앞 단에 제3자가 개입함으로 인해 고객기반이 약화되고 판매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타사 상품의 판매를 늘려서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자사 상품과의 이해 상충이라는 난제가 있다. 해결해도 고객 선택 보장은 없다. 결국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강화 또는 생활금융플랫폼 등 비금융 영역으로의 확장이 대안이다.

이미 충분히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비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광고 또는 중개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 즉 빅테크 입장에서 마이데이터는 개인신용정보와의 결합을 통한 기존 서비스의 신장과 금융유통 신시장 개척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비금융사업자는 기존 사업에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금융상품 유통에도 참여하게 된다. 다만, 빅테크의 경우 금융유통에서 광고·중개와 자문 중 양자택일은 필요하다. 자문에는 독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빅테크는 은행, 증권, 보험 등을 계열사로 두거나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될 수 있고 기존 금융회사는 생활금융플랫폼에 진출할 수 있으므로 양자는 동일한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일단 전자는 공격적이고 후자는 방어적인 모습인데 빅테크가 유리해 보이는 양상이다. 빅테크가 구축한 영역은 매우 독점적이고 고객 충성도가 높은 반면, 금융회사는 공격과 방어 모두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신뢰'라는 강점의 작동 여부가 관건이다.

금융회사와 빅테크 사이에서 핀테크의 입지는 좁아 보인다. 굳이 비유하자면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이다. 대기업인 금융회사와 빅테크가 수평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관련 데이터의 수집, 결합, 분석, 제안 등을 내부에서 수직적으로 처리한다면 중소기업인 핀테크가 설 자리는 별로 없다. 더욱이 금융회사와 빅테크는 별도의 먹거리(cash cow)가 있고 자금력과 인력, 설비 모두 핀테크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한다. 경제적으로는 수평적인 범위의 경제와 수직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분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존재한다 해도 정부의 영역규제 또는 반독점규제가 개입하기도 한다. 기업조직과 문화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의 혁신 부재가 중소기업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다. 핀테크의 공간도 사실은 이렇게 확보된 것이다. 기존 금융회사가 스스로 혁신했으면 제3자의 영역은 없었을 것이다.

과거 다른 칼럼에서 핀테크의 영역을 세 가지로 정의했었다. 기존 금융서비스를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거나, 공급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전에 없었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전문성'과 '독립성'으로 요약된다. 핀테크는 테크와 금융노하우(domain knowledge), 무엇이든 자신만의 전문성에 기반하여 기존의 금융관행이나 이해관계와 독립적으로 오직 우리 사회와 고객이 안고 있는 금융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빅테크 또는 금융회사와의 협력과 경쟁을 가능하게 한다. 수직적 또는 수평적인 협력과 동일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치제안' 경쟁도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 경쟁의 보장이다. 우리는 이미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와 관련하여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논란을 목격했다. 어찌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데이터는 되고 안되는가를 사업자가 결정하는가. 데이터의 주권은 개인에게 있다. 사업자의 가치제안에 따라 개인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칼라무스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라는 라틴어 문장에서 따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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