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증시가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초 희망에 찬 투자금 유입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3,266선에 고점을 기록한 지 한 달이 됐다. 그사이 설 연휴도 지났다. 최대 44조 원까지 급증했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16조 원으로, 17억 주까지 치솟았던 거래량도 한때 10억 주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증시 낙관론의 발목을 잡은 범인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미국발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였다. 고점 대비 코스피 지수 낙폭은 크지 않았지만, 힘찬 전고점 돌파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하다고 느끼는 탓이다.

물가 상승 기대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회피를 부추길 수 있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의 향후 10년 물가 기대치는 2.22%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이 여파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1개월 내 최고치인 1.20%에 도달했고, 30년물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종가기준으로 2% 선을 웃돌았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과 바이든 정부 취임 후 추진되는 부양책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가 자라고 있는 덕분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도 배럴당 60달러에 진입했다.

시장의 다른 편에는 우호적인 여건도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상징으로 여겨지는 테슬라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고공 행진 중이다. 작년 9월 말 1만 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은 기관들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최근 5만 달러에 육박했다. 다만 흥미로우면서도 찜찜함을 동시에 주는 구석은 테슬라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을 전인미답의 고지로 밀어 올린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에 투자했으며 앞으로 자사의 전기차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시장을 움직였다. 물론 테슬라 외에도 모건스탠리, 마스터카드 등 다른 기관들이 투자대상이나 거래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언급하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는 현재 813달러 수준이다.

앞서 부정적 재료로 소개된 미국의 물가 상승 우려이든, 우호적인 요소인 테슬라와 비트코인 가격의 고공행진이든 중요치 않을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변화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동학 개미라는 매수 세력이 유입되면서 부동산으로 쏠린 한국 가계의 자산 비중이 변화하려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2차 전지, 전기차, 미디어 콘텐츠 분야 등에서 한국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0%대 금리의 장기화로 은행에 여유 자금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은 강한 규제와 공급책으로 투자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작년부터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상황에 몰려있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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