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온통 정신이 팔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5만1천 달러까지 치솟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온갖 전문가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주류 자산의 자리를 꿰찼다는 분석부터 21세기형 '튤립 파동'일 뿐이라는 혹평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너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뇨리지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에 대한 금융권 차원의 해석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고만 말할 뿐이다. 블록체인의 어떤 점 때문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그렇게 높은 몸값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금융권 차원의 해석은 뒷전이다.

블록체인은 두 가지의 수학적 원리가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암호화하는 알고리즘인 SHA256이고 다른 하나는 블록을 만드는 알고리즘인 머클트리(Merkle Tree)라는 개념이다. 암호화 기술은 벌써 우리 실생활에 들어와 있다. 예컨대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때 적용되는 수학적 원리다. 머클트리라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좀 복잡한 개념이다. 이 트리를 연산하는 최적의 알고리즘은 수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이 트리를 얼마나 빨리 연산하느냐에 따라 블록체인의 품질이 결정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운영하기 위한 일종의 비용이다. 네트워크에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거래내용에 대한 블록을 만들고 순서를 찾는 이른바 채굴자들을 위한 인센티브이기도 하다. 단방향 암호화 알고리즘이 사용됨에 따라 엄청난 하드웨어 리소스와 시간이 투입되는 데 따른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채굴자들이 없다면 블록은 체인으로 만들어질 수도 없다. 자본주의 특성상 유인이 있어야 공헌이 뒤따른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바로 이런 채굴자에 대한 보상이다.

이 대목에서 너무 원초적이지만 전문가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의문이 생긴다.

블록체인과 코인을 분리할 수 있다면 어떤 파장이 생길까. 코인을 주지 않고도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다면 기존의 가상화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블록체인 채굴을 공공의 영역이 담당하면 코인은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닐까. 블록체인 참가자 혹은 채굴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업 주체가 아니라 서버라면 채굴자에 코인을 줄 필요도 없지 않을까. 블록체인 전체 알고리즘에서 코인을 분리할 수만 있다면 기존 가상화폐의 위상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명쾌한 답볍은 아직도 금융권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권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채굴한 가상화폐가 왜 가치가 높은지에 대한 설명은 뒷전이다. 모두가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을 확대재생산하는 데만 여념이 없다. 포모증후군은 당초 사교 모임 등에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모임이나 행사 초청도 거절하지 못하는 행태를 일컫다가 증시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용어로 전용됐다.

포모가 아니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당국과 금융권의 차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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