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노요빈 기자 =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 확정을 얼마 앞두고 증권사들이 만기가 10년 남짓 남은 국고채 비지표물을 대거 매수해 눈길을 끈다.

시장 금리가 국고채 공급 부담을 선반영해 오른 가운데 한국은행의 단순매입이 뒤따를 것이란 기대에 베팅했다는 해석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22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장외거래 내역에 따르면 전 거래일 국고 20년 비지표물 13-8호는 1천751억 원 거래가 이뤄졌다. 국고 15-6호도 1천145억 원 거래됐다.

통상 비지표물 거래는 많지 않은 편이라 1천억 원이 넘는 거래는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채권시장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추경 규모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자 이에 맞춰 한국은행의 국채매입을 염두에 둔 베팅성 수요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 거래일 당·정·청은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재난지원금 성격과 지급에 대한 논의를 일단락지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며칠 내'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은 역시 올해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국채 매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은 국고채 수급 불균형 등으로 장기 시장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국고채를 단순 매입하고 필요시 매입 시기·규모 등을 사전에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종목상으로 비지표물이고, 만기가 10년 남짓 남았다는 점에서 전 거래일 거래 종목과 과거 한은의 매입 종목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이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국채매입에 베팅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셈이다.

한은은 연말까지 국고채 매입 확대를 발표한 뒤에 비지표물 위주로 잔존만기가 10년 안팎의 채권을 사들였다. 직전이었던 작년 11월 매입 때 만기가 2036년 9월인 16-6호, 지난 10월과 9월에는 각각 15-6호, 13-8호를 매수했다.

다만 국채매입을 염두에 둔 베팅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금리가 이미 추경을 선반영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한은의 매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당정이 5차 재난지원금과 전 국민 위로금 지급 등 추가적인 추경을 예고한 점은 한은이 당장 매입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추경이) 20조 원은 힘들고 15조 원 규모로 나올 것 같다"며 "15조 원에 가깝다면 직매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비를 쓰고 만약에 예산 전용까지 한다면 적자국채 발행량이 10조 원을 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러면 한은이 매입해줄지 의문이다"며 "적자국채가 5~10조 원 나오면 매입 없이도 장이 안 밀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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