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금융시장에서는 국채 금리의 상승이 주가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경기회복기 주가와 금리와 함께 오른 사례도 많고,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관계수를 계산하면 주가의 하락은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의 상승에 더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난다.

2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채권 금리의 상승이 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국고채 금리 상승과 더불어 미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국채 금리까지 챙겨보며 금리와 주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달 중순까지 1.1%대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3%를 뛰어넘자 전일까지 나스닥 지수가 연이틀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과거 시계열을 보면 경기 회복기 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는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이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10년 금리와 주가도 작년 8월경부터 함께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국고채 수급 부담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소식이 꾸준히 나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론적으로 보면 경기가 회복되는 구간에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런 국면에서는 금리 상승이 주가와 큰 관계가 없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반영을 고려하면 주식 투자 스타일의 변화는 있을 수 있어도 지수 자체가 부러질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다만 "금리 레벨 자체가 높아진다면 할인율 개념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에 일정 영향이 있고, 배당수익률 관점에서도 채권 투자 메리트가 살아난다"고 덧붙였다.

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다가도 금리가 일정 수준의 임계치를 넘어 상승하면 금리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론적으로 주가의 가치는 주식으로부터 나오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구하기 때문에 할인률에 해당하는 금리가 오르면 주가의 현재가치는 떨어진다.

현재 금리가 주식에 영향을 미칠만한 임계점에 도달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최근 논의되는 것이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금리 상승→주가 하락'의 역관계는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의 상승 시기에 훨씬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명목금리가 올라도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 아직 금리 상승이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에서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상품이 물가연동채권이다. 물가채 금리는 명목 국채 금리에서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인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EI)을 차감해서 구해진다.

연합인포맥스가 주가와 금리와의 상관계수를 구하자 실제로 코스피와 국고채 10년 금리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30인 반면 코스피와 물가채 금리의 상관계수는 -0.61로 훨씬 더 강한 역관계를 나타냈다.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에서 움직이며 -1에 가까울수록 반대로 움직이는 성질이 강한 사실을 나타낸다.

주가와 역관계가 강한 물가채 금리(실질금리)는 현재 국고채 금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일 물가채 10년물 금리는 0.59%로, 국고채 금리인 1.930%보다 134bp나 낮았다.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TIPS 10년물 금리는 22일 -0.79%를 기록해 1.3636%인 10년 금리보다 215.36bp 낮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쇼크로 부채가 급증해 시장이 금리 변화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기 회복이나 코로나19 면역 확보보다 물가 및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점은 국내외 증시 전반의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물가 및 금리 상승이 거시 경제에 대한 자신감에 근거한 이상 증시의 내홍은 채권시장의 혼란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4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