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코로나19 관련 일회성 요인 반영 일관성 요구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일부 미국 기업들이 실적발표에서 일회성 요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비용은 반영하면서 정부 지원은 제외하는 등 분식회계 경향을 띠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라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이유로 GAAP에 포함되지 않는 일회성 요인 등을 반영한 조정 실적을 별도로 제시한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마이로그IQ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포함된 회사 중 25%가량이 조정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발표하는데 이 중 10%가량이 코로나19 영향을 공시했다.

문제는 조정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비용을 반영하면서도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은 누락한다든지 코로나19 비용의 상세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부진한 실적을 코로나19를 들어 가리려는 소수의 기업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일시 점포 폐쇄 등이 있었던 울타뷰티는 작년 10월까지 9개월간 영업이익이 1천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6억1천300만 달러 대비 급감했다.

울타뷰티의 영업 이익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는데 코로나19 손상비용 4천만 달러와 정부의 세제지원 5천100만 달러다.

그런데 울타뷰티는 일회성 요인을 제거한 조정영업이익으로 9천80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코론나19 비용 4천만 달러는 제거하고 정부 지원금 5천100만 달러는 남겨뒀다. 정부 지원금을 반영하면 조정영업이익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선임 관료는 회사들이 팬데믹의 영향을 실적에 반영할 때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에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울타뷰티의 대변인은 조정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자료를 취합했다는 것을 부인하면서 손상비용은 합법적인 일회성 비용이라고 말했다.

SEC 대변인은 언급을 거절했다.

관련 조사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식당체인업체인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SEC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2만5천 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SEC는 당시 회사가 4개월분의 현금밖에 없었지만 계속 운영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며 소송을 검토했다. 치즈케이크 팩토리 대변인은 SEC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면서 언급을 거절했다.

SEC가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분야 중 하나는 팬데믹 중 영업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매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버는 지난해 운전자와 코로나19에 영향받은 이들을 돕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조정 순매출 숫자에서 이 비용을 다시 포함해 숫자를 부풀렸다. 하지만 우버는 늘 했던 대로 초과 운전자 수수료를 조정함으로써 지난 9월까지 매출액을 GAAP 기준 89억 달러보다 낮은 80억 달러로 유지했다.

우버는 이달 발표한 작년 4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에서는 조정 순매출 인용을 중단했으며 우버 대변인은 언급을 거절했다.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일회성 코로나19 비용을 분기별로 반영하거나 GAAP에 포함되는 지출 일부를 제거하기 위해 팬데믹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크레디트 라운드테이블의 데이비드 넛슨 부의장은 팬데믹이 길게 갈수록 코로나19와 일회성 비용 구분이 어려워진다면서 "일부 회사들이 여전히 이런 변명에 매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EC는 지난해 12월 푸에르토리코의 오리엔탈 은행이 조정 순이익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채권 손상을 반영한다고 하자 팬데믹에 따른 채권 손상이 일반적인 경우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요구했다. 은행은 이 방식을 포기했고 SEC는 조사를 종료했다.

다수의 기업은 코로나19 관련 조정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전직 SEC 법무담당이었던 법률회사 배스 베리 앤드 심의 제이 나이트는 코로나19 요인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놀라울 게 없다면서 "이런 요소의 일부를 계량화하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많은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실적이 대체로 잘 유지돼 분식 회계의 유혹을 못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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