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은행채 발행물량이 차환성격을 빼고도 지난해보다 8배 넘게 증가했다. 다만 은행별로 은행채 조달상황은 사뭇 달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순발행된 은행채는 6조3천5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배 넘게 늘었다.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은 28조원으로 같은 기간 50% 넘게 늘었는데, 만기도래 은행채가 21조6천500억원으로 22% 증가한 것을 반영해도 순발행량이 급증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상품과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 은행채는 만기 연장을 위해 재발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를 제외한 은행채 순발행량이 급증한 것은 은행의 자금마련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은행채 순발행량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은행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들어 2조7천400억원을 순발행했다. 만기 도래한 채권이 4조7천700억원이었는데, 7조5천1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만기도래분 3조6천700억원보다 적은 2조4천억원을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자금 지원 필요성이 높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6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4.8%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전년 말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23.1%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올해에는 이자·원리금 유예가 종료되는 기업의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 유예이자 분할납부, 대출금 상환유예,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운용할 계획이다. 자금 조달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1~2월 유난히 직접 자금 조달이 많았다.

은행채를 7천800억원 발행했다. 올해 들어 CD시장에서도 1조8천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은행채와 CD 발행이 없었다.

CD는 예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데다 이달부터 예대율 산정시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예대율은 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로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규제 비율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예대율은 100.2%로 규제 비율을 넘어선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예대율이나 유동성 규제비율을 살펴보고 예·적금 등 은행 전체의 자금량에 따라서 채권 발행량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만기 돌아오는 채권 없이 1조6천6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8천900억원 순발행했다.

지난해 CD로 조달한 자금을 은행채로 발행한 결과라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조원 규모의 CD를 발행했는데 올해는 4천500억원으로 줄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작년에는 CD 발행을 많이 했는데 채권시장이 좋아서 채권을 늘렸다"며 "결국 많이 늘어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2조100억원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만기도래한 채권보다 적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순발행량으로 따지면 오히려 줄었다. 각각 지난해 1~2월 3천100억원, 2천억원 순발행한 것과 달리 올해 발행한 채권 규모는 만기도래한 물량에 못 미친다. 다만 국민은행은 올해 5천500억원의 CD를 발행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장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있고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연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시장에 단기자금이 많은 편이라 중장기 조달수단인 채권으로 조달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얘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측면에서 큰 특이사항이 없는 상황으로 채권 발행은 만기도래 수준으로 적정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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