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최근 인사평가 관련 불만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시달린 카카오가 재차 직원들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동료 평가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표현 방식은 크루(직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2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에서 12시 30분까지 두시간가량 크루들이 느끼는 문제를 공유하고 개선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오픈톡'을 진행했다.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선착순 100명의 크루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참석하고 카카오TV로 생중계됐다.

이 자리에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와 김정우 전략인사실장 등이 참석해 회사 평가제도와 보상, 조직문화,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이슈에 관해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직원들은 문제가 된 동료평가 시스템과 회사의 보상 체계를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다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 경영진은 인사평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직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은 동료·상향 평가의 경우, 제도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표현 방식은 크루들이 심리적 안정감과 긍정적 인식을 주는 쪽으로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나온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개선해나갈 의지가 있다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논의 테이블을 운영하고 별도의 설문 조사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평가·보상에 대한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번 인사평가 논란은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유서 형식의 글을 한 직원이 올리면서 불거졌다.

실제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튿날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이라는 추가 글이 올라오며 논란이 재점화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동료들이 시행하는 '다면평가' 중 '리뷰 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항목이다.

해당 항목의 답변인 '함께 일하기 싫음', '상관없음', '함께 일하고 싶음'의 응답자가 몇 명인지, 또 회사 평균과 대비해 나와 일하기 싫어하는 동료가 얼마나 많은지도 보여준다.

직원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당사자에 낱낱이 공개하는 게 잔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카카오 직원은 해당 인사평가 문항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며 고용노동부에 근로 감독 청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김범수 의장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재산 기부 방안에 대한 사내 간담회에서 직접 소통에 나섰지만, 평가·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김 의장은 "이번 이슈는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카카오의 직원 간담회를 앞두고 국내 IT업계의 이목도 쏠렸다.

다수의 국내 IT 기업들이 동료 평가를 중시하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인사제도를 접목하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인사 평가 항목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인가'를 포함하고 있다.

NHN은 평가 대상자가 동료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줬는지를 묻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에서 인사평가 항목으로 '함께 일하기 싫다'와 같은 표현을 채택해 쓰고 있다"며 "문항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사제도의 비인격적 요소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이번 간담회 때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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