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국고채 초장기물 입찰이 번번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10년 대비 스프레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보험사 등이 채권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입찰에 물량을 집중하지 않고 유통시장으로 매수 물량을 분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초장기물 입찰은 지난달부터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일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30년물 입찰은 선매출이라는 조건과 취약한 시장 심리를 반영해 약세로 끝났고, 지난달 30년물 입찰에서는 낙찰 금리가 두 개로 나뉘는 '스플릿' 현상이 나타나 시장의 수요 공백을 보여줬다.

지난달 50년물 입찰은 응찰률이 106%로 유찰을 겨우 면한 수준에서 입찰이 끝나기도 했다.

입찰만 놓고 보면 초장기물에 대해 충분한 수요가 없는 것인지 우려가 되는 결과들이다.

그런데 국고채 수익률 곡선상 다른 구간 대비 초장기물 금리의 스프레드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국고채 3-10년 스프레드는 최근 재정확장 우려를 반영해 급격히 확대하고 있는 반면 10-30년 스프레드는 확대의 기미가 없다.

실제로 전일 3-10년 스프레드는 94.5bp까지 확대하면서 10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고, 10-30년 스프레드는 11.2bp에 그쳤다. 10-30년 스프레드는 작년 8월 이후로 20bp를 넘은 적도 없다.



<국채 수익률 곡선상 10년 구간까지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 상승폭이 커지지만 만기 10년 이상의 초장기물 금리는 비교적 수평적으로 상승하는 모습>



채권시장에서는 보험·기금 등 엔드유저(end-user)들이 더 저가에 채권을 사려는 생각에 필요한 물량을 입찰에 한꺼번에 써내지 않고 유통시장에서도 매수에 나서도 있다고 평가했다. 입찰에서 채권을 한꺼번에 샀다가 나중에 금리가 오르기라도 하면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초장기 국고채 수요가 없었다면 10년과 30년 스프레드가 25bp 정도는 돼야 한다"며 "3년과 10년 스프레드가 90bp가 넘도록 확대할 동안 10-30년 스프레드는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장기물 수요가 있다는 얘기"라며 "보험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입찰에 잘 들어오지 않고 시장에서 채권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65)을 봐도 지난달 보험과 기금의 초장기물(20~50년) 순매수세는 3조2천138억 원으로 작년의 3조1천263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물량 소화 측면에서 한꺼번에 사야 할 경우에는 입찰을 선호하지만, 대규모로 참여했다가 금리가 상승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며 "전체 물량을 나눠서 유통시장에서 조금씩 사는 등 보험사도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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