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채권시장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수급 고비를 한 차례 넘겼지만, 좀처럼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시장 금리의 상승세와 함께 국내 기관 중심의 롱 베팅에 나선 쪽에서 손실이 누적되며 소극적인 스탠스가 불가피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한국은행이 국고채 단순매입 실행 시점을 좀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3일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수익률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6bp 오른 1.966%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한 달 전(1.758%)과 비교해 20.8bp 오른 수준이다.

계속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수급 이슈와 최근 대외 금리 상승 등이 더해지면서 채권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추경안 규모를 확정하면서 수급 이슈는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대외 금리 변동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대비한 레벨 메리트를 인정했지만, 번번이 롱 베팅에서 손실의 아픔을 겪은 만큼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 계획이 공개됐지만, 이전에 한 차례 롱 재료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해 시장 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시장 안정 차원에서 국채매입 등을 통해 시장금리 상승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통위를 하루 앞둔 전날까지 매입 기대감에 10년물 금리는 이틀 새 7.1bp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롱을 해서 다친 곳이 많다"며 "국고 10년물은 겁이 나서 안 샀고, 만기 2~3년물은 캐리가 안 나온다는 판단에 5년물에 수요가 몰리기도 하면서 손실이 발생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전반적으로 만기를 따져가면서 5년 등 매수 시도를 해보고, 롱 재료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다 도루묵이 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수급 문제가 다 (마무리)됐지만, 이제는 미국 쪽 금리 눈치를 살살 보고 있다"며 "다른 기관들에 손실이 좀 났을 상황인데 지금은 재료가 없다. 한은이 매입에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 압력에 대응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 대한 실망감도 롱심리를 약화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연준이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테이퍼링 우려를 덜어내도, 인플레이션을 허용한다면 금리 상승 위험에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의회 증언에서 고용이 여전히 불안하고, 물가도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물가 목표가 달성되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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