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의 파장이 확산하면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2·4 공급대책에 차질이 빚어질지 관심이다.

정부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신도시 지정지에 대한 전방위 투기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추가적인 투기 사실이 밝혀질 경우 공공 주도의 공급대책에 대한 신뢰성과 정당성 훼손은 불가피하다.

특히 신도시 지정지 토지주들의 반발과 보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경우 정부가 계획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 조사 제대로 되겠나…정의로운 대한민국 수포로

정부는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여론 악화를 막고자 감사원 감사에 앞서 선제적으로 조치했지만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 조사 과정에서 동일한 사안이 발견될 경우 여론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고 정부 주도의 조사가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제기된다.

밤사이 LH 직원이 또다른 3기 신도시인 고양창릉에서도 땅을 샀다는 의혹이 나왔고, 참여연대도 접수된 추가 제보를 검증해 LH 직원 비리를 더 공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LH는 고양창릉 토지주 중 LH 직원이 없다고 밝혔지만 차명소유 가능성 등까지 확인되진 않았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엄중 조치하겠다고 공언하나 땅을 산 직원의 시세차익을 환수하거나 토지보상을 막을 길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될 우려가 크고 여론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주택특별법에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만 돼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사전신고제를 도입해도 비리가 100% 근절되기 어렵고 정부도 내부정보를 악용했는지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토지주에게 보상을 해주고 투기에 따른 비용 증가를 수분양자가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부분 공급 '공공'이 주도…공급대책 리스크 커져

또다른 문제는 정부가 공공성을 강조하며 3기 신도시, 공공 정비사업 등의 공급정책을 LH를 비롯한 공공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창흠 장관은 전날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2·4 공급 대책 등 기존 주택 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음달 2차 신규 공공택지 공급계획을 발표하고 7월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1차 후보지를 공개하는 등 매달 주택 공급 일정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수익성 확보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LH 직원 투기 의혹까지 더해져 민간이 얼마나 참여할지 미지수다.

이 사업은 민간이 가세하지 않으면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공공 주도인 공급정책의 경우 민간이 공공을 믿고 참여해야 하는데 신뢰가 깨지면 민간도 참여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준공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직원 비리가 이어지는 것은 LH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수익이 나기 때문"이라며 LH가 과거처럼 대규모 개발에 나서지 말고 임대주택, 토지환매부 주택 공급 등 서민 주거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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