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책임투자 활동에서 투자제한 및 배제 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도입해야 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요 연기금은 이미 대량 살상 무기나 화석연료 관련 기업 등을 투자 배제 대상으로 지정하며 ESG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더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월 회의에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은 투자제한 및 배제 전략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당초 2019년 11월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때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에 대해 도입의 필요성과 적용 대상 및 방식을 추가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1년간 내부 검토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확답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국제협약 및 금지조약 등을 고려해 대량 살상 무기(집속탄, 대인지뢰 등), 기후변화(석탄발전 및 채굴), 건강(담배, 마약) 등이 투자배제 대상 후보군이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우선 커지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를 우선 논의하겠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입장이다.

해외 주요 연기금은 이미 석탄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환경 분야에서 책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그중에서도 가장 규제가 강한 기관이다. 대량 살상 무기로 분류되는 무기(화학무기·핵무기·생화학무기·집속탄·대인지뢰)와 관련된 기업은 모두 투자대상에서 배제한다. 각 무기와 관련된 국제 금지조약을 모두 준수하는 데 따른 것이다.

NBIM은 UN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 감축 협약도 받아들여 석탄발전 및 석탄채굴 관련 기업에도 투자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라 담배 기업도 투자 제외 대상이다.

NBIM 만큼은 아니지만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APG와 스웨덴 연기금들(AP1~AP4),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미국 최대 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도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APG의 경우 대량 살상 무기와 담배 관련 회사는 모두 투자에서 제외된다. 다만 기후변화 부문에 대해선 여전히 세계 경제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석탄 관련 기업은 투자배제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캘퍼스는 반대로 대량 살상 무기와 담배를 만드는 기업은 괜찮으나 석탄 발전 및 채굴 기업은 투자를 금지했다. 2015년 발효된 캘리포니아 주법령에 따라 석탄 배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석탄 채굴 관련 매출이 전체 50% 이상인 기업은 신규 투자 및 기존 투자 연장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ESG 기준을 충분히 준수하는 기업에 대해선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활용하는 연기금도 있다.

노르웨이의 또 다른 국부펀드인 GPFG는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도입해 저탄소 배출 에너지 및 대체연료 사용 우수 기업들을 선정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투자 규모가 2019년 말 기준 약 63억달러에 이를 만큼 작지 않은 액수다.

국민연금은 현재 이 같은 해외 연기금의 책임투자 사례를 분석하고 있으며 기업 및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 있다. 향후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적용할 산업 및 기업군을 선정하고 법률과 지침도 개정하는 한편 성과평가 기준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연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책임투자 전문 연구기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9월 해외 사무소에 책임투자 인력도 파견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 기업의 주주활동과 관련해 리서치 업무를 수행하고 해외 연기금들과 교류하고자 런던과 뉴욕, 싱가포르 사무소에 순차적으로 인력이 배치된다.







※ 해외 주요 연기금 네거티브 스크리닝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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