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독점 구조인 미국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해 저소득 가구의 전기료를 낮춰준다던 탈규제화가 오히려 부담만 잔뜩 안겨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현지시간) 자체 분석을 통해 지적했다.

탈규제화를 통해 도입된 소매전력 판매 회사들은 자사의 전력요금이 예상치 못한 요금 급등으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기존 전력회사를 통해 고지서를 발송함으로써 이용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또한 인수합병을 통해 많은 소매전력 판매 회사들이 사실상 독과점 형태로 변질됨으로써 경쟁도입이라는 당초의 취지도 퇴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탈규제를 통해 탄생한 소매전력 판매 회사를 선택한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 2010년에서 2019년까지 무려 192억 달러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했다고 밝혔다.

소매전력 판매회사는 풍력, 태양광, 화력 등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여 기존 전력망을 통해 개별 가정에 전기를 판매한다. 기존 전력판매회사와의 경쟁으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저널이 분석한 결과, 소매전력 회사는 기존 전력회사보다 2015년~2019년 동안 매년 더 무거운 요금을 부과했다. 기존 주택을 대상으로 소매전력 회사가 전기를 공급하는 비중이 2019년 기준 1% 미만인 주를 제외한 13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를 대상으로 저널이 분석한 결과다.

주별 소비자 부담을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19억 달러, 뉴욕주에서는 17억 달러를 소비자들이 더 부담했다. 지난 2019년 13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가 부담한 전기료는 31억 달러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이들 지역이 부담한 소매전력 회사의 전기료는 기존 전력회사보다 14% 더 비쌌다.

저널은 전력산업 탈규제화로 전력 소비량이 큰 기업들이 이득을 봤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별 가구에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는 기존 전력회사들은 많은 주에서 안정성과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탈규제를 통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도 사라졌다.

지난 2019년 기준 230개 소매전력 회사가 가정용 전기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상위 20개 기업이 전력판매의 75%를 차지했다. 많은 소매전력회사가 사실상 같은 모기업의 소유였다. 최근 한파로 초유의 전력난을 겪은 텍사스주는 대형회사인 NRG와 비스트라가 소매전력 판매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소매전력 회사는 1990년대 철도에서 통신, 천연가스에 이르는 대규모 탈규제 바람을 타고 도입됐다. 현재 최소 18개 주에서 소매전력 판매회사가 도입됐다.

도입 이후 시들하던 소매전력 회사들은 전기요금 통합고지 정책(POR)이 도입되면서 활기를 띠게 됐다. 소매전력 회사들은 기존 전력회사에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기존 전력회사가 징수 업무를 담당하게 돼 소매전력회사가 미지급 전기료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소매전력회사의 주요 이용자가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저널은 뉴욕시의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흑인과 히스패닉이 절반 이상인 지역이 12%이지만 이들이 소매전력회사의 고객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였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기존 전력회사를 이용했다면 부담하지 않아도 될 6천300만 달러를 전기료로 지급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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