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국고채 금리가 장기에 이어 단기 구간까지 급등세를 보이면서 금리 상승 충격이 부채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금리는 은행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나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코픽스(COFIX) 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무겁게하는 효과가 있다.

또 금리 상승으로 기획재정부가 부담하는 국고채의 이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1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월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2월 말 1.02%였던 금리는 지난 9일 1.206%에 마감하면서 18.6bp 뛰었다. 금리 상승분의 대부분이 최근 3거래일간 더해져 시장이 받는 충격은 더 컸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시장의 자산 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부채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실물 경제로 위험이 번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리 상승을 과거의 상승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과거 2%였던 금리가 1%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2%로 오른다고 가정해도 표면상 금리 수준은 같지만 그동안 늘어난 부채의 원금 때문에 갚아야 할 이자는 크게 늘어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리나라의 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금리 상승 위험은 훨씬 더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말 가계신용은 1천726조 원으로 재작년 말 대비 126조 원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은 역대 최대며 증가폭 역시 4년 만에 가장 크다.

기업대출 지표인 산업별 대출금은 작년 말 1천394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86조 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서비스 등 업종에서 대출금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국가 부채도 급증 추세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반영한 국가채무 전망치는 965조9천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2%로 상승했다. 채무비율은 올해 본예산 편성시의 47.3%에서 0.9%포인트 늘어났고, 전국민 위로금 등 재정 소요가 늘어나면 국가채무도 올해 내 1천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단기 시장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 그리고 국고채를 발행한 정부의 짐은 모두 무거워진다.

단기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은 이와 연동된 코픽스, 은행채 금리 등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이를 준거금리로 삼는 은행 대출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의 경우 잔액기준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69.7%고,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도 70.2%에 달해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12월 849조9천억 원으로, 이 가운데 약 70%인 595조 원이 변동금리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6조 원 가량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3년 금리는 단기금리라서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에도 큰 영향을 준다"며 "변동금리 관련 위험성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정부의 부채 증가와 관련해 "기재부의 국고채 이자 부담 증가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전가된다"며 "채권 운용역들의 평가 손실 문제가 아니라 범국민에 미치는 나비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금리 상승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실제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고통은 있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이자율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정상화를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직은 작년에 나타난 금리 하락세를 되돌리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충격은 있겠지만 전 세계가 같이 움직이고 있어 중앙은행이나 다른 정책 당국이 나설만한 특수한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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