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8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 국채금리가 재차 급등한 여파로 하락했다.

미국 국채 가격은 비둘기 통화정책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도 인플레이션 과열 우려에 매도세가 집중돼 큰 폭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는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강세로 돌아섰다.

뉴욕 유가는 유럽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우려와 미국-러시아 간 갈등에 부담으로 폭락했다.

시장은 미 국채금리 동향과 실업 등 주요 경제 지표를 주시했다.

연준이 전일 장기 저금리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누그러지는 듯했던 금리 상승세가 하루 만에 다시 가팔라졌다.

연준의 거듭된 완화적 발언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올해 성장률 및 물가 전망치를 올려 잡은 점도 예상보다 강한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물가가 강하게 오려면 연준이 더 빨리 긴축할 수 있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연준이 완화적인 스탠스를 고수할 경우 물가 기대가 더 오르고 이에 따라 시장 금리도 상승하는 딜레마적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4만5천 명 증가한 77만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예상치 70만 명보다 많았다. 고용 시장 회복세가 다소 주춤해진 셈이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2% 상승한 110.5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0.3% 상승을 하회했다.

반면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3월 제조업지수는 51.8로 1973년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시장 예상 22.0도 훌쩍 상회했다.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기도 했다. 3월 가격지불지수는 전월의 54.4에서 75.9로 급등했다. 이는 1980년 이후 최고치다. 기업들이 지속해서 생산 비용 상승 압박을 받는 중이라고 연은은 설명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다시 증가 추세인 와중에 백신 접종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유럽 다수 국가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다만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면서 접종의 효용이 위험보다 크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EMA의 발표 이후 다음날부터 백신 접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큰 폭 내린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더했다.

◇ 주식시장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3.07포인트(0.46%) 하락한 32,862.3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8.66포인트(1.48%) 내린 3,915.4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9.03포인트(3.02%) 급락한 13,116.17에 장을 마감했다.

금리가 큰 폭 뛰어오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증시의 불안도 다시 심화했다. 금리 상승은 고평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애플 주가는 이날 3.4%가량 미끄러졌고, 테슬라는 7% 가까이 급락했다.

기술주 불안이 심화하면서 장 초반 강세를 유지하던 다우지수도 결국 하락 반전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금융주가 0.56% 오른 것을 제외하고 전 업종이 내렸다. 에너지는 4.68% 급락했고, 기술주도 2.85%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물가 과열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브룩스 맥도날드의 에드워드 팍 최고투자책임자는 "모든 것이 물가 기대에 관한 것"이라면서 "연준의 목표를 넘어서는 물가 기대가 있다는 점이 채권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9월 25bp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4.4%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2.22% 상승한 21.58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8.9bp 급등한 1.730%를 기록했다. 한때 1.75%를 웃돌기도 했다. 14개월 이내 최고치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3.0bp 오른 2.476%를 나타냈다. 장중 2.50% 선을 상회했다. 2019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3.0bp 상승한 0.159%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151.2bp에서 이날 157.1bp로 확대됐다. 수익률 곡선은 2015년 이후 가장 가팔라진 상태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연준의 인내심에 대해 국채시장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드러내며 다시 매도세를 확대했다.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예상했던 것보다 연준이 더 빨리 정책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시장의 매파적인 기대를 연준은 전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저지했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장기간 제로금리 방침에도 계속 오르는 국채수익률에 혼란에 빠졌다.

연준의 시장 달래기에도 투자자들은 백신과 정부 부양책이 경제 회복에 불을 지피고,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겨나 연준이 결국 단기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과열을 용인하겠다는 새로운 평균물가목표제에 물가 압력 우려는 더 커졌다.

여기에 정부의 수조 달러 부양 지출에 따른 신규 국채 발행 급증, 은행 SLR(보완적레버리지비율) 면제 확대 불확실성도 장기물 국채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석가들은 인플레이션, 재정 정책, 독특한 경제 회복을 둘러싼 엄청난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연준이 비둘기파적인 기조에서 신뢰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시장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또 일본은행(BOJ)이 10년물 일본 국채수익률 변동 허용 범위를 기존 ±0.20%에서 ±0.25%로 확대할 것이라는 보도도 미 국채시장에 부담을 줬다고 분석가들은 전했다. 호주의 강한 고용보고서 역시 간밤 국채시장 약세를 가중했다.

미국의 실업 상황은 다시 우려를 자아냈지만, 미 국채수익률 상승을 막지 못했다.

라보뱅크의 분석가들은 "연준의 정책 접근 변경, 정권을 장악한 민주당의 경제 체제 변화 가능성에다 살아있는 기억 속에서 전례 없는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미래를 예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모든 것은 단기물 대비 장기물을 보유할 때 투자자들에게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 보상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린젠 미 금리 전략 대표는 "파월 의장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 청신호를 줬다는 게 내 해석"이라며 "간밤 어떤 저가 매수 관심도 없었다는 것은 누구도 아직 이번 트레이드에 앞서 빠져나갈 의향이 없다는 생각을 재확인시켜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금리가 가능하다는 데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재정과 통화 측면에서의 정책 규모에 기초하고 있다"며 "이탈했던 노동력이 다시 참여하고, 팬데믹 이후 세계로 가교를 놓는 노력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훨씬 넘는 인플레이션 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에 따라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빈의 토니 로드리게스 채권 전략 대표는 "연준은 금리 상승에 약간의 그린라이트를 비췄고, 그 근거는 실제 가격으로 나타났다"며 "더 강한 경제 환경을 반영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재정 부양, 개선된 경제 지표로 인해 더는 1%대의 10년 국채수익률은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뉴빈은 연말까지 2% 근접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브룩스 맥도날드의 에드워드 박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모든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라며 "연준의 목표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나온다는 점이 국채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베스코의 마이클 매튜스 채권 펀드매니저는 "주시해야 할 것은 고용 수치이며, 연준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로 인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고 있으며 국채와 같은 가장 안전한 자산을 피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VTB 캐피털의 네일 맥키넌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단기간 내 긴축은 없겠지만 시장은 강한 활동과 소비를 나타내는 향후 경제지표의 가파른 개선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맥키넌 전략가는 "실질 금리 상승 움직임은 연준의 완화적인 정책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HN 파이낸셜의 짐 보겔 선임 금리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통제할 수 없게 되고, 연준이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최악의 가능한 시나리오 공포에 시장은 총체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전체 시장을 뒤흔드는 꼬리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08.881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8.875엔보다 0.006엔(0.01%)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19100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9770달러보다 0.00670달러(0.56%)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29.67엔을 기록, 전장 130.40엔보다 0.73엔(0.56%)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50% 상승한 91.880을 기록했다.

연준은 시장이 전망했던 것보다 비둘기파적이었지만 미 국채 수익률 급등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전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상승폭을 줄이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비둘기파적인 연준의 약발은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정작 채권시장이 등이 듣고 싶어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은 원칙론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도 이날 하반기 영국 경제가 강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기준금리와 자산매입 정책을 모두 동결했다. BOE는 이날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다. 국채 매입 정책도 이전과 동일한 총 8천750억 파운드 수준을 유지했다. 회사채 매입 규모도 총 200억 파운드로 동결했다.이번 결정은 9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파운드화는 0.28% 하락한 1.39234달러에 거래됐다.

산유국인 노르웨이도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지만 금리인상 가능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잡았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저금리 장기화로 금융 불균형이 구축될 위험이 커졌다"며 "2021년 하반기에 정책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유로-크로네는 1년 이내 최저치인 10.00크로네 언저리로 하락하는 등 크로네 흐름이 강화됐다. ING분석가들은 유로-크로네가 10.00크로네 아래로 내려서는 등 크로네 강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엔화는 오후 들어 약세폭을 크게 줄였다. 일본은행(BOJ)이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허용 범위를 기존 ±0.20%에서 ±0.25%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금리변동 허용범위가 확대되면 일본 국채와 미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도 좁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케임브리지 글로벌 페이먼츠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칼 샤모타는 " 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물가목표를 넘어서는 걸 만든 데 성공하면 연준의 반응방식도 진화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면서 시장이 연준과 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레이더들은 기본적으로 파월이 자신의 잘못을 증명하게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달러화에 우호적인 금리 차이를 확대하고 있고 금리 차이에 민감한 통화들을 강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레디트 아그리콜 G10 외환 리서치 헤드인 발레틴 마리노프는 "특히 미국 펀더멘털의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연준이 미 국채 수익률의 최근 급등세를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개된 미 국채 수익률 급등세는 유로, 엔, 스위스 프랑과 같은 저수익 통화들에 대해 달러화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 회의에 달러화 강세론자들은 실망했다면서 달러화가 위험통화와 원자재 통화에 대해 가급적 단기간에 내상을 치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60달러(7.1%) 폭락한 60.0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양상과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 달러화 동향 등을 주시했다.

유가가 최근 큰 폭 오르며 레벨 부담이 큰 가운데, 이날은 하락을 부추기는 재료들이 한층 부각됐다.

우선 유럽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다시 증가 추세인 와중에 백신 접종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되는 점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미 행정부는 앞서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고 결론 고위관리 및 일부 연구소 등을 제재키로 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초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러시아가 크게 반발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전일 워싱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증산을 통해 유가를 떨어뜨려 미국 셰일업체에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했다.

여기에 미 국채 금리가 이날 급등하며 달러가 강세인 점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유가는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강세시 하락 압력을 받는다.

미 금리 급등으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도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미국 간 갈등이 원유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루 라인 퓨처의 필립 스트레이블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보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원유 시장에 공급을 늘려 셰일 업체를 조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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