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낮은 제품 가격으로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했던 중국이 글로벌 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원자재 비용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제약 등으로 중국 수출업체 다수가 해외에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에는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이 커졌다.

의류업체를 포함해 중국의 수출업체가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으며 한 장난감 도매업체는 WSJ을 통해 3월 초부터 신규 주문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10~15%가량 올렸다고 말했다.

매체는 목재에서 철강, 면화 등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는 시기에 중국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의 가격 상승은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닉 마로 리드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라는 위험은 분명히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수출업체의 입장만은 아니다. 글로벌 화물 운송에서 발생한 병목현상에서부터 부양책까지 더해지면서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이 이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금 시점에 물가가 날뛰는 수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금 확실한 것은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동결하는 데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팬데믹과 봉쇄조치로 이미 이익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과거에 중국은 저렴한 노동비용으로 청바지와 소파 등 모든 글로벌 물가를 낮게 유지했지만, 공장의 비용이 높아지면서 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화물 선적료의 급등은 특히 문제다.

일부에서는 제품을 주문하는 업체들이 중국의 공급업체에 부담을 나누자고 요청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장들은 목재 등 수입원자재를 들여오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물가는 1.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작년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동안 물가가 대부분 오른 것으로 미 노동부는 집계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견조한 수요에 주로 힘입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이런 여건에서 제조업체들은 비용을 전가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이 글로벌 회복을 좌초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일부 제조사들은 시장 점유율 감소를 우려해 가격 인상을 꺼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비용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소멸할 것 같지 않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중국 장시성에서 워크부츠를 만들어 유럽과 동남아에 판매하는 한 업체는 지난 2월 춘제(春節) 이후 원자재 가격의 10~30% 인상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2월 말 대부분 제품의 가격을 5%가량 올렸다.

공장주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부 업체들이 원자재를 쌓아두면서 가격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쑤성 국영 섬유업체 트레이더인 천양은 일부 업체들이 춘제 이전에 면화를 비축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의 부양책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면화 가격은 3월 초 톤당 2천600달러로 올랐다. 2월 중순에는 1천990달러였다.

천 트레이더는 이 때문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원자재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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