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그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였다고는 하지만 글로벌지수 MSCI와 비교해보면 2021년 들어서 3월 24일까지 코스피는 4.3%로 MSCI의 3.0% 수익률에 비해 우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비교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벌어진다. 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은 국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가비중이 높아져 목표 자산비중을 맞추기 위한 매도를 하게 되었다. 연기금의 주식 매도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주가 상승이 제한받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나아가 연기금의 주식 매도를 막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았을 때 다소 해외주식에 비해 우수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국부유출의 문제와 해외시장에 대한 준비 미비, 국내 자본시장의 육성이라는 필요성으로 국민연금은 자산배분에 국내투자 비중을 별도의 제약조건으로 정하여 일정 비중 이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보다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었고, 기금의 소진을 대비한 국내 시장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후 수년간의 고민과 분석, 연구 등을 통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 증대를 추구하고 향후 연금급여가 지급될 경우에 대비한 해외투자 확대를 의결하면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정책이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국민연금 자산배분의 기본 방침을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가 큰 침체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오히려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이 해외 주식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려는 전략 근거에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산배분 목표비중에 맞추기 위하여 국내 주식을 매도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국내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명명된 국내 기업의 허약한 지배구조와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본질적으로 벗어나는 것이라면 기존 기금운용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국민연금처럼 시장 영향력이 큰 거대 기금 운용 기준을 단기적으로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국민연금을 비롯해 대형 기금들은 그 자체로 타이밍 효과를 추구할 수 없어 중장기 목표를 잡아 운용하는 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시점별로 주식이 오른다고 사고, 내릴 것 같다고 팔다가는 그 자체로 가격을 추종하기보다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준다. 기금 자체의 수익률에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도 엄청난 재앙이 된다.

또한 지금까지 일관된 목표 자산배분 운용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의 안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일례로 2020년 3~4월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때를 상기해 보자. 이 경우도 기금의 자산배분안이 정해져 있었고, 주가의 하락으로 보유 비중이 허용범위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국민연금은 줄어든 비중을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수를 하였다. 그때 규모가 대략 6조~7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엔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하락 당시 주가가 대략 1,500포인트 정도였으니 최근 매도 규모는 약 두 배가량인 12조~14조 원 정도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은 어느 하나 단기적인 감이나 타이밍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설사 목표초과수익률 범위를 확장하는 문제만 해도 단기적으로 현재 상황에 맞추어 결정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리벨런싱 문제처럼 운용 전략을 재검토하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시장의 상황에 대한 깊은 고찰과 분석, 연구를 통한 신중성이 필요한 사항이다.

물론 해외주식 확대에 대한 기본가정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내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 우선되어야 할 과제다. 그리고 리벨런싱 범위 확대만을 고려할 뿐만이 아니라 아예 국내 주식 자산배분 기준 역시 검토하여야 할 문제다. 국민연금의 운용을 예측가능하고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가입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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