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씀씀이가 후하고 큰 사람을 '손이 크다'고 일컫는다. 이런 의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손은 참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2조2천500억 달러(약 2천548조 원) 규모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건설 투자를 골자로 하는 재정부양책을 또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 최종 서명한 1조9천억 달러에 이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제 대책의 잉크도 마르기 전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10년물 기준으로 연 1.73%를 중심으로 횡보하는 등 큰 동요가 없었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외의 반응이다. 1조9천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 부양책이 통과됐을 때는 대규모 투매로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발작적 반응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증세 방안을 함께 발표하는 등 재원 조달 방향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채권시장을 다독인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채 장기물 수익률 상승세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선은 기정사실이 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억누를 길이 없다.

채권 명가인 핌코자산운용은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1조9천억 달러의 재정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어우러진 폴리시믹스(policy mix)만 고려한 경우다. 2조2천5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따른 효과는 반영되지도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제외하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성장이다.

연준도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6.5%로 올려잡았다. 핌코의 전망이 과장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의 재정부양책만으로도 5%포인트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의 GDP 규모는 21조5천억 달러 가량 된다. 이미 GDP의 10%가 넘는 유동성이 코로나19 구제대책으로 시중에 풀렸다. 여기에 다시 GDP의 10% 이르는 경기 부양책이 인프라 건설이라는 명분으로 추가로 풀릴 전망이다. 경제 회복보다는 과열을 걱정해야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그만큼 높아졌다. 채권 장기물 수익률은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채권 수익률 상승은 실질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조5천억 달러 규모로 쌓인 재정적자도 미국채 시장을 끊임없이 괴롭힐 전망이다. 미국 공화당이 증세안에 극렬하게 반대할 경우 채권시장에서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재원을 조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연준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향후 시장이 붕괴할 경우 국채시장이 더 회복력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최근 첫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회의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팬데믹(대유행) 기간 극도의 정책 개입이 있었다는 것은 금융시스템 취약점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국채시장 혼란도 있었는데, 이를 다룰 것"이라며 "규제당국은 향후 시장 붕괴에서 국채시장이 더 회복력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채 시장 등이 너무 의존적으로 변한 데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자산의 할인율인 실질금리는 그동안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현재 가치를 할인해야 할 분모가 1보다 작아졌다는 의미다. 미래 현금 흐름이 할인이 아니라 할증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테슬라가 7배 이상 오르고 니오가 10배 이상 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테슬라 등 전기차 종목을 포함한 성장주들이 조정 양상을 보이는 이유도 금리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는 할증이 아니라 할인이 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모든 자산이 랠리를 펼치는 등 빅파티를 즐긴 데 대해 채권시장의 복수가 시작됐다. 채권시장이 보낸 자객이 바로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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