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로 불릴 만큼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을 공급하여 경기회복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급된 유동성으로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확대로 가계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되고 '빚투'와 '영끌'로 대표되는 차입투자가 확대되면서 코스피 3천 시대가 개막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수반되지 않은 주가상승에 대한 버블 우려와 고수익을 찾아 투자지역과 투자상품을 불문하고 단기부동화하는 자금으로 시장 간 불균형과 상품의 가격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은 63조8천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60조7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개인들이 증시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는 '동학개미운동' 현상이 코스피 3천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펀드 등 간접투자가 중심이 되었던 과거 3차례(1994년, 1999년, 2005~2008년)의 주식투자 붐 시기와는 달리 이번엔 개인의 직접투자가 중심이 되면서 주식시장 전반의 단기화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예탁금회전율이 2019년 25% 내외에서 지난해에는 35% 내외로 그리고, 올 1월에는 68%까지 상승했다. 코스피지수 일일 등락률(종가기준)도 2019년 0.59%에서 작년에는 1.22%로 크게 상승했고, 변동성지수(VKOSPI)도 2019년 14.7포인트에서 지난해 26.4포인트, 올해 초에는 29.7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금년 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과 달리 미국시장은 여전히 성장 산업을 기반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 대형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확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던 개인들의 투자형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먼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서학개미'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테슬라,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 성장성이 높은 미국 기술주는 물론 '공매도와의 전쟁'으로 유명한 게임스톱(GME)과 중국의 이항홀딩스 등 최근 이슈 종목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결과 해외 주식투자 계좌수가 2019년 43만5천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246만개로 급증하였고 최근에는 321만개까지 증가하여 국내 주식투자자 3명 중 1명은 해외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공모주청약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IPO 대어들의 잇따른 상장과 공모주 배분 방식 변경 등으로 공모주 청약 붐이 일고 있다. 청약증거금이 63조원에 이르는 기록적인 흥행을 보인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인기 공모주 청약에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청약경쟁률과 증거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상장 첫날 소위 '따상'이나 '따상상'을 기대하는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주가가 예상외로 부진하여 손실을 보는 투자자도 나오고 있다.

가계자금의 증시 유입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가계 자산 구성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작년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 자산 중 76.4%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고 주식·저축·펀드 등 금융자산은 23.6%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29.3%와 70.7%, 일본의 39.9%와 60.1 %와 비교해도 부동산 편중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0년 전인 2010년 부동산 비중 75.8%, 금융자산 비중 21.4%와 큰 변화가 없다. 즉 코스피 지수가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가계 자금의 이동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가계자금의 머니 무브(money move)로 지난 수십년 고착화된 가계자산 구성에 변화의 싹이 보인다.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 주식투자에 대한 인식 개선은 자금이동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연 1%의 이자로는 부를 축적하기가 어려워 예·적금으로 목돈을 마련하던 기존 자산형성과정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던 부동산은 급격한 가격상승과 대출규제로 자산형성 수단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주식투자가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공유하는 주주가 된다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가계자금의 증시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서로 관계가 적은 기업들에 나누어 투자해서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가계자산 구성에 있어서도 실물자산(부동산)과 금융자산간 균형, 금융자산 내에서도 이익확정 상품과 투자 상품 간의 균형, 투자 상품 내에서도 직접 투자 상품과 간접 투자 상품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하는 자산도, 투자하는 기업도, 투자하는 지역도, 투자하는 시점도 분산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분산투자보다는 리스크가 큰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큰 수익을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하였다. 이러한 투자방식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추천할 수 있는 투자방식은 아니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위험을 낮추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일 것이다. 올바른 분산투자는 단지 투자기업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바구니에 계란만을 담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