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활동)를 도입하기 시작한 우정사업본부가 의결권 행사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7일 기준으로 총 11개 기업의 의결권 행사 내역이 공시된 가운데 우정본부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안건이 있는 기업은 네이버 등 4곳으로 나타났다.

공시에 따르면 우정본부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LG전자, 포스코, 네이버, 키다리스튜디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우정본부가 반대한 안건이 있는 기업은 네이버와 현대모비스, 포스코, 삼성SDI였다. 나머지 기업들은 모든 안건에 대해 우정본부가 찬성 결정을 내렸다.

우정본부는 포스코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일부 반대 의견을 냈다.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 제30조에 따라 유영숙 후보가 이해관계자라는 점이 사유였다.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유영숙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동대표 몇 이사장으로 재직한 기후변화센터에 포스코가 기부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우정본부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 30조는 당해 회사와 최근 3년 이내에 거래관계 등의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도 포스코의 기후변화센터 기부를 지적했으나 기부액이 소액이고 유영숙 후보가 비상임 임원이었던 점을 고려해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유영숙 후보는 포스코 주총에서 결국 사외이사로 선출됐다.

네이버에 대해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우정본부가 반대했다. 세부기준 31조에 의거해 이해관계자라는 점이 사유였다. 우정본부는 30조와 같은 사유로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번 주총에서 이건혁 신한금융그룹 미래전략연구소 대표를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와 JP모건, 삼성 등을 거친 경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인데 이 때문에 감사 역할에 불충실하고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정본부는 우려했다.

삼성SDI의 경우 이사 보수한도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우정본부가 반대했다.

삼성SDI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액을 190억원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실지급액 101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많은 한도다. 앞서 국민연금도 이를 두고 한도액이 과도하다고 반대 결정을 내렸고 우정본부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간 기업이 이사 보수 한도액을 실지급액 대비 과도하게 높이는 이유는 이사회가 이사 보수를 마음대로 책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우정본부라는 거대 연기금이 잇달아 기업들의 이사 보수 한도액을 문제 삼은 만큼 앞으로 기업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우정본부는 현대모비스의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안건에 관해선 규정 전문이 공시되지 않아 퇴직금을 과도하게 지급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우정본부는 지난 1월부터 수탁자책임위원회와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간 의결권을 행사하긴 했으나 세부 내역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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