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지난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주도 공급대책과 보유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 정책 변화의 트리거가 될 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후보가 민간주도의 도시정비사업에 힘을 싣겠다고 공언한 터라 정부·여당과의 충돌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 오세훈, 25개구 싹쓸이…강남구 73.5%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57.50%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에 압승을 거뒀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 오 후보가 승리했고 특히 강남구에서는 73.54%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24.32%)보다 3배 많은 표를 받았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소위 강남 3구는 보수성향이 강한 데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재건축 규제 등으로 악화한 민심이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투표율이 60%를 웃돌았다.

이들 지역에는 규제로 수익성이 낮아 정비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재건축 단지가 많아 용적률 규제완화, 한강변 35층 층고규제 폐지, 구역지정 기준완화 등 오 후보의 공약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양천구와 노원구 투표율이 60%를 넘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인 지역은 투표율이 저조해 금천구가 가장 낮은 52.2%를 나타냈고 관악구·중랑구가 53.9%, 강북구 54.4%, 은평구가 56.0%로 각각 집계됐다.



◇ 시의회와 마찰 불가피…與, 민심 의식할 듯

층고 제한 완화, 용적률 규제완화 등은 서울시장이 조례를 통해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만 서울시의회, 구청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시의회 내 여당 의석수가 101석으로 절대 다수고 서울 자치구 25개구 중 24곳의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라 각종 도시계획과 개발사업 등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세훈 후보의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 수정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서울시의회의 설득을 통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궐선거로 악화된 부동산 민심이 확인된 상태에서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의원들이 종전의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여당도 층수 제한 완화 등에 우호적이었고 시장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개발을 방해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어느 정도는 규제를 완화하고 가야할 것"으로 봤다.



◇ 공공주도 정비사업 불확실성 커질 듯

오 후보의 당선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은 차질이 예상된다.

오 후보는 공공주도가 아닌 민간주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 후보가 민간 정비사업을 중점과제로 삼고 중앙정부와 각을 세워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명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공공재건축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에 대한 컨설팅 의뢰가 많다며 낙관하는 분위기지만, 부동산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 현재 진행 중인 공공주도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고려하게 했던 규제가 사라진다면 굳이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굉장히 높지 않다면 재건축 단지들이 민간 주도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도 "공공주도 정비사업 말고도 선택지가 다양해지거나 민간 시행으로도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다는 토지주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공공정비 사업진행의 속도와 동력이 둔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불확실성 확산을 차단하고자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며 "주택공급은 상호협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앞으로 상호 협력이 더 긴밀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심 복합개발 및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후보지를 공개했으며 이달 중에는 신규택지(15만호), 4~5월 중에는 지방자치단체 제안 추가사업 후보지(2·3차)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 재건축 단지·한강변 정비구역 기대감 수혜

오 후보 당선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 한강변 단지 중심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남구, 양천구 소재 재건축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안전진단 등 재건축 사업 절차가 속도를 내고, 층고 제한으로 묶여 있는 성수동 등 한강변도 사업에 활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김규정 소장은 "이미 가격대가 높아서 재건축 단지가 오른다고 추격매수가 이뤄지긴 어렵다"면서도 "여의도, 잠실, 광장동 등 지구개발 진행이 더딘 곳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 후보가 서울 도시개발도 그림을 다시 그릴 것"이라며 도시재생 중심이던 정비사업이 대형 복합개발, 재건축 등으로 바뀔 수 있고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도 변경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홍 부총리는 "보궐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 등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 조짐 등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각별히 경계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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